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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쌤 서버 접속이 안돼요” …온라인 개학 우려 결국 현실로
온라인개학 첫날, 등촌고3 A양 자택 원격수업 지켜보니…
노트북 접속 안 돼 스마트폰으로 겨우 접속
17분 만에 결국 수업 듣기 포기
9일부터 전국의 중3과 고3이 온라인 개학을 한 가운데 서울 등촌고 3학년 A양이 자택에서 원격수업을 듣고 있다. 신주희 수습기자

전국 고 3과 중3 학생들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 9일, 미흡한 준비로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서버는 오전 내내 접속이 안 됐으며 수업의 질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쏟아졌다. 헤럴드경제는 학생과 학부모 동의 아래, 이날 오전 자택에서 온라인 개학에 참여한 서울 등촌고등학교 3학생 A(19)양의 원격수업 과정을 지켜봤다. 노트북 접속에 실패한 A양은 “이걸로 못 듣겠다”며 수업 시작 17분 만에 스마트폰 화면을 닫았다.

“쌤~노트북 접속 안 돼요” 서버 먹통

이날 오전 7시42분, A양은 서울 강서구 등촌3동 자택에서 노트북을 통해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했다. 하루 전 담임교사가 32명의 반 학생이 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오전 조회는 클래스팅 공지 읽는 것으로 완료”라며 8시까지 온라인 출석 체크를 하라고 공지했다. EBS 온라인 클래스에 띄워놓은 공지를 학생들이 클릭하면 출석 체크가 되는 시스템이었다. 공지는 8시 정각에 올라오기로 돼 있었다.

A양은 화면 중간에 보이는 고 1~3학생 입장 버튼을 클릭했다. 먹통이었다. 하얀 바탕에 ‘The resource doesn’t support specified http Verb.’ 에러 메시지가 떴다. 수차례 반복된 시도에도 노트북으로는 출석 체크를 하지 못했다. “쌤(선생님), 서버 접속이 안 돼요. 노트북으로 접속이 안 돼요.” 담임교사와 32명 학생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문의가 쏟아졌다. 노트북 출석 체크를 포기한 A양은 혹시나 해서 모바일로 접속했다. 노트북 접속이 안 될 경우 모바일로 대체하라는 담임의 공지는 따로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8시 정각 스마트폰을 통해 출석 체크에 성공한 A양은 “접속이 안 되니 스마트폰으로 수업도 들어야겠다”고 했다. “쌤, 출석 체크 된 거예요?”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선생님은 8시 10분 “100% 출석 완료했다”고 했다.

스마트폰 수업 시도했지만 17분 만에 포기

문과 학생인 A양은 쌍방향 수업이 없다. 등촌고의 경우 생물2 과목만 쌍방향 수업이다. 쌍방향 수업이 없는 때엔 당일 언제든 지정된 교과 수업을 들으면 된다. “화면이 이렇게 작으면 수업을 어떻게 봐요.” 노트북 접속 에러로 모바일폰으로 EBS 온라인 클래스에 접속하며 A양은 푸념한다.

생활과윤리 수업 버튼을 클릭한 A양의 입에서는 “그냥 수능특강이네”라는 말이 나왔다. 스마트폰 화면을 가로로 뉘었으나 화면이 바뀌지 않았다. 화면 속 가로 전환 버튼을 눌러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수업 듣기를 17분, A양은 “화면이 너무 작아서 수업 못 듣겠어요. 나중에 서버 정상화되면 노트북으로 볼래요”라며 화면을 껐다.

학생과 학부모, 서버·수업 질 불만 터져나와

학생들끼리의 단체 카카오톡방에 불만이 이어졌다. 서버가 불안정하다는 얘기뿐만 아니라 수업의 질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학교 선생님이 찍은 영상인 줄 알았는데, 그냥 EBS 수능특강 영상이면 뭐하러 보는지 모르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한 학생은 “이걸 누가 볼지 모르겠다. 대부분 2배속(2배 속도로 영상재생) 하고 잘 것 같은데”라고 하기도 했다.

학부모도 부정적이다. A양의 어머니는 기자에게 “아이들에게 온라인 개학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실질적으로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이 영상을 틀어놓고 카카오톡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한다고 하는데, 말릴 방법도 없다”고 걱정했다.

박병국 기자·신주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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