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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3년 경과, “3년 간 바뀐 게 하나 없어… ‘유가족’이라도 되고싶다”
실종선원 허재용 2등항해사 어머니 이영문 씨 인터뷰
李, “2차 수색이 재개돼 생사여부라도 알았으면”
스텔라데이지호가 철광석 26만t을 싣고 가다 남대서양 한가운데서 침몰한 지 3년째가 되기 하루 전인 맞는 지난 2020년 3월 30일, 청와대 사랑채 광장에서 피켓팅 후 자리를 정리하는 실종선원 허재용 2등 항해사의 어머니 이영문 씨 모습.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3년 동안 길거리에서 싸웠는데 달라진 게 없죠.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거예요”

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영문(72)씨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씨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 2등 항해사의 어머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31일 철광석 26만t을 싣고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중 우루과이 동쪽 3000㎞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현재까지 구조된 사람은 선원 24명(한국인 8명·필리핀인 16명) 중 필리핀 사람 2명뿐이고 22명은 실종 상태다.

이씨는 “3년 넘도록 아무것도 된 건 없지만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순 없으니까”라며 “살아돌아오지 못하면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아 내 손으로 편한 세상에 보내고 싶어 어떻게든 2차 심해수색을 꼭 했음 좋겠다”라고 말하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이씨는 침몰 사고 이후 고향 춘천에서 서울로 올라와 평일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청와대 앞과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만난 이씨의 주황색 잠바 뒷면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 꼭! 확인하겠습니다’란 문장이 크게 써있었다.

이씨는 “광화문에서 3년 동안 (실종자 수습 촉구) 서명을 받았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론 서명을 받기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매일 광화문에 있다가 청와대 쪽으로 옮기면 주위에서 ‘포기를 했나’ 오해를 받을 거 같아 월·수·금은 청와대에서 피켓팅을 하고 화·목은 광화문에서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스텔라데이지호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을 ‘민원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정부는 2018년 8월 국무회의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결정했다. 당초 1차에 열흘, 2차에 보름 간 총 25일로 예정됐던 심해수색은 9일 만에 일방적으로 끝이 났다. 이씨는 “민원 1호인데 그러면 뭐하나. 3년 간 하나도 된 게 없고 속 터지고 답답해 죽겠다”며 “바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2차 수색”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유해라도 찾아 살았는지 죽었는지라도 알고 ‘유가족’이라도 되고 싶다”며 “이번 추석에도 남들은 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낸다는데 우린 장례를 치를 근거도 없다”고 울먹였다. 이어 “어떻게든 2차수색이 들어가야 하는데 저렇게 꼼짝도 안 하니 어쩌면 좋나”라며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이씨는 “이번이 네 번째 돌아오는 봄인데, 오늘까지 아이 생일을 3번, 추석을 3번, 설을 3번 보냈다”며 “내 자식은 만 3년이나 되도록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모르고 있어 차라리 죽은 게 확실해 내가 유가족이라도 되어 마음을 접고 명절에 뭐라도 한 그릇 먹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7년 2월 자신이 겪었던 교통사고를 떠올리며 “그 때 내가 죽었더라면 아이가 한국으로 돌아와 바다로 나가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한”이라고 말했다. 잠시 목이 메인 이씨는 곧 2016년 11월 허씨의 출국 당시 모습을 떠올렸다. 이씨는 “출국 전 춘천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엄마를 끌어안아주며 ‘엄마 갖다올게요’라고 말한 게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라며 “아들이 낚시를 좋아해 그동안 모아뒀던 낚싯대들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스텔라데이지호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침몰 장소가 가을부터 봄까지만 수색이 된다고 하여 올가을엔 어떡해서든 수색에 들어가 사고 원인을 밝히고 잘못한 사람들 벌주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3년째가 되던 지난달 31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예정됐던 기자회견과 문화제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같은 날 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침몰 3년이 되도록 자식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채 발견한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실종자 가족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노모는 유가족이란 이름마저 부러워하고 있다”며 ▷대형 재난 발생 시 충분한 사후조치 ▷2차 심해수색 진행과 침몰원인 규명 및 실종자 유해 수습 ▷재발방지 대책 ▷국가차원의 2차 수색 비용 선지급 후 구상권 청구 등을 촉구했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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