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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한 치 앞이 안보일 수록 큰 그림을 봐라
팬데믹에도 글로벌 경제원리는 그대로 작동
큰 흐름은 자유주의 퇴조, 포퓰리즘 가속화
디지털혁명 자유주의 위협, 기존질서 붕괴
소규모개방경제 한국엔 치명적, 선택지는?
이웃과 갈등 최소화, 신노동에 대응,
공동시장 통해 지정학적 위험 회피해야
“현재 진행되는 일련의 정치 사회적 변화는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미치레 하고 그 결과 혁신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태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빅픽처경제학’에서)

“왜 아무도 알지 못했나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8년 11월 영국여왕은 런던정경대를 방문, 이렇게 물었다.

그리고 이듬 해 7월 영국학사원은 “사실 금융시장과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에 대한 많은 경고가 있었다”며, 그러나 금융활동의 일부만 보고 큰 그림은 보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위기 예측의 어려움은 표본 내 예측은 뛰어나지만 표본 외 예측력은 떨어진다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19로 세계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세계 경제 이슈는 묻혀버렸고, 각국은 어떻게든 지금 죽음의 계곡에서 벗어나는데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 사태는 언제까지 가고 어떻게 세계는 바뀔까. 나침반도 없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시대를 관통하는 경제원리는 코로나로 말미암은 인자의 세부적 변형은 있을 수 있으나 그 전체적인 골격은 그대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이번에 내놓은 ‘빅픽처 경제학’(들녘)은 현 상황에 갇히지 않고, 사회를 끌고 가는 큰 힘들에 주목,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책에는 올해 1월까지의 세계 경제의 흐름과 분석들이 들어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벌어지기 전, 미중보호무역주의 갈등, 브렉시트 등 세계화의 시간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고조되는 시점이다.

저자는 우선 대공황과 브레튼우즈 체제, 금융위기 등 지난 세계 경제 100년을 거칠게 훑어내면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살핀다. 역사적으로 볼 때, 보호무역과 자국우선주의, 포퓰리즘은 폐해가 컸다. 가령 1929년 5월 수입 농산물과 공산품에 관세를 인상한 미국 스무트-홀리법은 평균관세 20%증가, 각국의 보복관세 등으로 대공황기간 미국 수출 및 수입감소를 야기, 대공황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저자는 현재 미국은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개방도가 높은 상황에서 관세부과는 더욱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주의는 대공황 등 시대의 모순을 극복하며 진화해 왔지만 현재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미국 영국 등 자유주의, 자본주의 중심국가가 방향을 선회하면서 자유주의에 기댄 글로벌 경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자유주의는 자유무역과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꽃을 피웠지만 미국을 타격했다. 중국 수입품의 범람으로 제조업이 망가지고 거대기술기업의 탄생, 소득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자유주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역시 자유주의가 끝났다는 종소리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혁명은 자유주의를 더 위협하는 모양새다. 가상화폐, 소셜미디어, 기술혁명은 초국가, 반권위, 신노동의 형태로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저자는 자유주의와 자유주의 질서의 퇴조가 초래할 피해를 한국이 고스란히 떠안을 것으로 본다. 대외의존도나 지정학적 위험이 높은 소규모개방경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70년 고속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세 번의 위기를 겪었다. 1961년 당시 군사정부가 돈을 찍어 산업정책을 수행하다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으며, 1997년 아시아금융위기에는 IMF 구제금융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미 통화스왑으로 외환유동성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자유주의 질서가 사라지는 위기에서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저자는 이를 극복할 몇가지 선택지를 제안한다.

우선 국가간 지켜야 할 규범이 사라지고 나라간 갈등이 심화되는 시대엔 힘의 논리가 작동, 거대국가들이 멋대로 자기 이익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지대추구행위가 일어난다. 우리로선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때에 이웃과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갈등은 우리가 가진 자원을 소모하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이웃에게 지대추구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혁명이라는 기술 진보가 화두가 되는 세상에서 이에 걸맞은 교육은 필수다. 저자는 교욱시스템이 신노동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경제적 패배자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는 건 시급하다.

저자는 부모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자녀가 살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며, 이는 자신의 자녀가 경쟁에서 낙오될 가능성에서 비롯된다며,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교육을 혁신할 때 비로소 회의를 확신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산업구조 전환은 경제선진화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조언한다. 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중국 등에 밀려 한국판 러스트벨트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공동시장을 우리 경제의 탈출구로 제시한다.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공동시장은 높아진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보호무역주의를 극복할 효과적인 대안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국제 분업화된 글로벌 가치사슬이 21세기 교역 패턴으로 자리잡은 마당에 양자간 자유무역협정은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대로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2020년 전미경제학회에서 발표된 연구동향들이 들어있는데, 특히 자동화에 따른 고용의 변화 등은 주목할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빅픽처 경제학/김경수 지음/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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