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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카페]‘영끌대출’ ‘똘똘한 한 채’에 매달리는 이유

코로나19와 대출규제라는 최악의 상황에도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증가, 끄덕없는 ‘아파트공화국’을 입증했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집이라기 보다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라도 해서 집을 사야한다는 데 강박적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김명수 박사는 ‘내 집에 갇힌 사회’(창비)에서 이 문제를 천착하는데, 기존의 담론이 중산층이나 투기꾼의 행위를 반사회적 행동으로 본 것과 달리, 생계수단으로 인식한다. 가족의 물질적 안전을 뒷받침하는, 불안한 미래의 대비 수단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한국의 주거정치와 계층화:자원동원형 사회서비스 공급과 생존주의 주거전략의 탄생.1970~2015’를 바탕으로 한 책은 빚으로 아파트를 장만하느는 30대, ‘똘똘한 한 채’에 올인하는 회사원, 재건축 이익을 누리기 위해 낡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의 행위에 담긴 복잡다단한 투기 열망을 읽어낸다.

저자는 맹목적으로 내집마련에 매달리게 된 배경으로 국가가 수출주도형 성장을 추진하느라 자원이 제한된 아래서 민간에게 주택공급을 맡긴 걸 꼽는다. 주택생산비용을 민간에 전가하는 대신 여기서 생겨난 편익을 그들에게 주는 형태다. 저자는 이를 ‘자원동원형 주택공급연쇄’라고 규정한다. 이런 체계에서는 ‘비용-편익 구조’가 연속성을 보장하는 관건이 된다. 문제는 보상기제를 통해 사업자에게는 이윤을, 주택소유자에게는 자본이득을 집중시키게 된다. 1순위 민영주택 자격, 최고가 낙찰제 등은 공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로또나 다름없다.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 중산층 진입의 열쇠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저자는 1997년 외환위기가 이를 재조직화·심화시켰다고 본다. 주택금융의 부상이다. 이를 계기로 주택이 더욱 투기적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주택소유가 미래 안전의 수단을 넘어 금융과 연결되면서 가구 경제를 보장하고 생활수준을 강화하는 필수 조건이 됐다는 설명이다.

개별가구 입장에서 이런 전략은 합리적이지만 배타성으로 인해 사회 균열과 연대를 훼손하게 마련이다. 저자는 주택의 공공성 대신 자가소유방식을 택한 과정을 돌아봄으로써 대안적인 주거전략을 논의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내 집에 갇힌 사회/김명수 지음/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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