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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줄줄이 신용 강등…자금 조달 초비상
현대기아차·GS칼텍스 차·정유업계 하향·조정 검토
주요기업 CP·전단채 등 단기 금융시장으로 내몰려
시장 2차 충격 발생땐 유동성 대응 큰 부담 우려도

기업들이 믿었던 회사채 시장마저 경색되면서 자금 조달에 대혼란을 겪고 있다.

2월 급증하던 회사채가 지난달 코로나19 여파로 개점 휴업 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해외자금 조달창구조차 막히자 단기 대응책 차원에서 주요 대기업들마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 금융시장으로 내몰리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현대·기아차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자동차와 정유업계에 대해 대거 신용등급을 하향하거나 조정 검토에 들어가며 대마불사로 여겨지던 대기업도 유동성 위기에서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주요 기업들이 대거 조달 창구로 이용 중인 단기물들은 대부분 만기가 3~6개월 가량에 불과해 만기 시점에 자금 조달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형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정부의 회사채 및 단기금융 시장 지원과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방안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자금 조달 일정이 순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가 오히려 오르고 회사채 투자자들 마저 투자를 주저하면서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 효과에 따른 금리 안정화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달 공모채 발행 첫 주자였던 롯데푸드는 기관 수요예측 일정을 오는 3일에서 다음주로 연기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무보증3년 AA-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2.077%로, 한은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하한 직후인 지난 17일 1.740%에 비해 급등해 있는 상태다. 이처럼 국내 자금 조달마저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유수의 글로벌 기업마저 외면당하는 해외에서의 자금 조달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회사채 시장에서는 가까스로 3월을 버틴 기업들의 이달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우려한다.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연중 최대 규모인 6조5495억원에 달한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리를 내렸다고 하지만, 시중 조달금리는 오히려 오른 상황이어서 이달 회사채 발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기업들은 정부의 채권시자안정펀드와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불이 붙은 회사채 금리를 안정시켜 주기만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에 임기응변식 대응으로 만기가 1년 이상인 회사채 시장 대신 3~6개월 만기의 전자단기사채와 CP 등 단기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만 SK네트웍스와 SK종합화학이 CP를 통해 각각 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모두 만기 3개월물이었다.

다만 이같은 단기물은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시장의 2차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기업의 유동성 대응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실제 정부에서 1조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은 두산중공업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시장성 단기차입금인 5000억원의 전자단기사채의 상환 자금에 어려움을 겪은 게 자금지원의 결정적 계기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종과 평소 부채가 많던 기업들은 4월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 차환 및 발행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활용한 금융지원이 적절히 이뤄져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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