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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극복 빠른길 찾아라”…‘약물 재창출’에 쏠린 눈
안전성 입증에도 허가 못받은 약물
코로나 바이러스 적용 백신 개발중
랩데시비르·칼레트라·클로로퀸 등
후보군들 임상시험 발빠르게 진행
신약개발과정 대폭 단축 장점에도
신종감염병 적용 부작용 가능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에 전 세계 제약업계에서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이라는 지름길을 찾는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78만여명, 사망자가 3만7700여명(3월 31일 기준)으로 늘면서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인 만큼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나 백신은 전무한 상황이다. 통상 하나의 약을 개발하는데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매일 수 천 명의 사람이 죽어가는 위기상황에서 평범한 절차로 약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다. 이에 전 세계 제약업계에서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이라는 지름길을 찾는 전략이 시도되고 있다.

▶안전성 입증된 기존 약물로 상용화 시간 단축=약물 재창출이란 안전성이 입증돼 이미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나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은 있지만 효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허가 받지 못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방법을 말한다.

약물 재창출의 장점은 무엇보다 기존 신약개발 과정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신약개발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후보물질 발굴과 안전성 테스트 과정이 확보됐기에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실패율도 줄일 수 있다. 개발 기간이 줄어들면 개발 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실제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있어 약물 재창출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분야는 ▷치료항체 개발 ▷완치 환자의 혈액을 이용한 혈장치료제 개발 ▷기존 허가된 의약품에서 새로운 약효를 찾는 약물 재창출 ▷신약 개발 등 네 가지로 나뉜다”며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기존 약물 20여 종의 약물로 약물 재창출에 대해 다앙한 시도를 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렘데시비르·칼레트라·클로로퀸 등 가능성 높아=약물 재창출 후보 중 가장 가능성이 높고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약물은 ‘렘데시비르’다. 원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는 임상을 완료하지 못해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RNA 치료제라는 점이 중국에서 코로나가 처음 유행할 때부터 주요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았다.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상 결과는 4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돼 약물 재창출 시도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식약처도 지난 3월 초 렘데시비르를 신속 심사 대상으로 정해 임상시험 3건을 승인했다.

또 다른 약물 재창출 대상으로 HIV 치료제 ‘칼레트라정’과 말라리아 치료제 ‘히드록시클로로퀸정’이 있다. 이 약물들은 이미 임상시험을 통해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 시판 중인 약물들이다.

칼레트라를 개발한 애브비 관계자는 “이 약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임상시험을 진행해봐야 알 수 있지만 칼레트라는 대규모 임상을 통해 안전성은 확보한 약물”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회는 코로나19 치료원칙을 내놓으면서 칼레트라 또는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써도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식약처는 이 약물들에 대해서도 임상시험을 승인한 상태다.

최근에는 천식 치료제인 ‘알베스코(성분명 시클레소니드)’가 또 다른 약물 재창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최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분양받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세포에 감염시킨 뒤 약 3000여종 약물의 효과를 시험한 결과 이 중 알베스코가 코로나19 약물로 가장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알베스코(시클레소니드)는 현재 국내외에서 임상시험 진행 중인 렘데시비르, 칼레트라, 클로로퀸과 비교 시 세포실험에서 항바이러스 활성이 동등하거나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알베스코에 대한 연구자 임상연구도 진행된다. 임상 진행을 맡게 된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시판 중인 약물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가 된 상황이어서 3~4개월 내 임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시험관 내 시험 결과였지만 다른 약물보다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와 기대가 크다. 일본에서는 실제 환자에게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능성 높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한편 약물 재창출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주의해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있다. 기존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하지만 신종 감염병에 적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는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김 교수는 “약물 재창출이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안전성 테스트나 효과 검증을 건너뛸 수는 없다”며 “실제 칼레트라는 큰 효과는 없고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었다. 누구도 어떤 약물이 효과가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지금의 상황에서 약물 재창출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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