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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 쏟아지는 매물에 잠도 안 와…IMF 때도 이러진 않았다”
심각한 경영난 주유소 ‘아우성’
이동자제 여파로 매출 반토막
수요 급감에 유가 하락 치명타
협회, 산업부에 상시협의체 건의

“올해처럼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죠. IMF 때도 관광버스나 화물차는 다녔는데 지금은 아예 안 보이잖아요. 차원이 다른 불황이죠”

지난 달 31일 만난 서울 서초구 SK 직영주유소 관리자 A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전보다 30~40%나 떨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부고속도로와 가까워 평소 서울 외곽으로 나가는 이들이 많이 찾던 이곳은 코로나19 사태로 하루 평균 방문차량이 270대에서 160대 수준으로 급격히 줄었다.

서울 강남구의 GS칼텍스 주유소를 운영하는 B씨는 “하루 평균 150드럼에 달했던 판매량이 70드럼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주중보다 주말 판매량이 더 많은데 주말 이동차량이 눈에 띄게 줄어 잠이 안 온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동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면서 주유소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이다. 나들이 차량으로 붐비는 4월은 연중 대목으로 꼽히지만 기자가 찾은 주유소들은 여느 때보다 적막했다.

서울 마포구의 SK주유소 사장 C씨는 “고정 거래처인 마을버스 운수업체가 3월 중순부터 배차를 확 줄여 타격이 크다. 배차 정상회복이 언제될 지 운수회사도 모른다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보다 지방 여행지에 있는 주유소들의 사정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2월부터 지방의 주유소들이 잇달아 매물로 나오고 있다. 평소 관광차량으로 붐비는 경춘국도의 한 주유소는 지난 달 9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코로나19로 여행객이 줄면서 경영난이 심화되자 급하게 처분에 나선 것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과거 경기가 아무리 불황이어도 수요가 크게 줄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판매 자체가 감소했다”며 “전에는 없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산유국의 ‘증산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해 주유소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달 30일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이 1년 만에 ℓ당 1300원대로 내려간 데 이어 전날에는 서울 시내에 1200원대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불황의 여파는 직영주유소보다 자영주유소가 더 크게 체감하고 있었다. 서울 용산구 GS칼텍스 주유소 관리자 D씨는 “직영은 기름을 회사로부터 이관받지만 자영은 통상 대출 받은 돈으로 사온다. 최근 매출 하락으로 당장 대출이자 갚는 것부터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업계가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주유소협회는 최근 정부에 상시협의체 지원방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유류구매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주거나 주유소들이 현재 납부하는 진출입로 도로점용료를 한시적 감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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