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다시 불붙은 ‘원격의료’ 도입 논란…‘사회적 합의’ 만만찮아
코로나 사태로 시민들 면대면 꺼려
2월부터 한시적 전화 진료·처방 허용
해외입국자 81%는 자가격리 앱 사용
국내 의료진·환자 이어 해외서도 호평
안전문제·책임소재 모호 등 논란 소지
의사협 “제도적 보완책 마련후 도입해야”

‘코로나19’를 계기로 직·간접적으로 원격의료를 체험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대부분 원격 모니터링에 그치는 수준이긴 했지만 이번을 계기로 원격의료가 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난관이 만만찮다.

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전화 상담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직접 병원을 가지 않고 의사한테 진료를 받고, 내복약 처방도 받는다. 약도 택배나 대리인을 통해 수령할 수 있다. 국내서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비대면 원격의료 서비스’다.

아직 실제 사용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전화진료에 참여한 의사와 환자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구에 거주 중인 이모 씨는 정기적으로 당뇨병 약을 복용 중이다. 약을 다시 받아야 할 시기에 평소 다니던 병원을 통해 전화진료를 안내받았다. 처방전은 병원에서 바로 약국으로 전송됐다. 이 씨는 “매번 똑같은 약을 받으러 가기 번거로운 면이 있었는데 실제 체험해보니 대기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매우 편했다”며 “앞으로도 감기 등과 같은 가벼운 병이거나 탈모약처럼 일상화된 약을 받을 때 전화상담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외에 ‘자가격리 앱’과 ‘자가진단 앱’,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등도 소극적인 개념의 원격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다. 의사의 진료(판단)가 빠져있다는 점에서 전화진료와는 다르다.

지난달 30일 기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입국자 중 81.1%는 행정안전부에서 만든 자가격리 안전관리 앱을 사용 중이다. 나머지 20%는 스마트폰이 없는 어린이나 2G폰을 사용해 앱을 설치할 수 없는 경우다. 앱을 통해 의심 증상 진단과 위치 확인, 생활수칙 준수 여부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자가진단 앱을 통해서도 스스로 증상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현재까지 자가 진단앱을 통해 양성 판정이 확인된 사람은 5명으로 집계됐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승차 진료)는 입구에서 전화를 이용해 접수받는다. 개인 차량을 타고 들어와서는 10분 내 코로나19 검사만 받고 바로 떠날 수 있다. 미약하지만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 원격진료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국내외서 호평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G20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 참여해 이러한 코로나19 관리법을 소개하며 “창의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원격의료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원격의료 활성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론 의료·시민단체의 반발이 워낙 강한 이슈다보니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우세하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의료인 간 원격의료(원격자문)는 가능하다. 지난 2002년 법 개정을 통해 허용됐다. 반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18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수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2014년부터 시범사업을 하고 있지만 법 개정을 하지 못해 성과에 진전이 없다.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만성질환자를 지원한다는 명목은 안전성 문제, 책임소재 모호,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주장에 밀렸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원격의료를 반대한다는 게 아니다”며 “임상경험을 쌓고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한 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임시 허용된 전화진료도 방역에 도움됐는지 의문”이라며 “의료시스템이 셧다운된 것도 아니었고, 의사 진찰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가벼운 증상이라고 판단하다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경수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