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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난세에 블록체인

“코로나19 성금 캠페인에 참여하고 싶은데 제가 내는 기부금이 과연 제대로 전달될까요? 확인할 방법 아시는 분?”

지인이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이다. 밑으로는 수십 개의 ‘좋아요’와 ‘공감’ 댓글이 달렸다.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성금은 1600억원 이상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전달하도록 당부했다. 관련 기사에는 ‘저 많은 돈이 과연 정확히 쓰일지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등의 ‘회의적’ 댓글들이 붙었다. 국가적 위기 때마다 발 벗고 나서는 시민의식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발견됐다. 여기저기서 쏟아진 온정들은 온라인을 통해 소개되며 사람들의 기부 행렬을 독려했다.

반면 기부금이 정확하고 투명하게 전달되는지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곳곳에서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는 ‘어금니 아빠’ 등의 사건을 학습한 탓이다. 코로나19로 기부문화 속 풀지 못한 숙제가 또 한 번 드러났다. 긍정적인 것은 IT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기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기술은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제대로 구현만 되면 위·변조 방지, 정보추적, 신뢰검증 등의 특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강점 때문에 블록체인은 ‘넥스트 인터넷’으로 불리며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도 평가받는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이 기부에 접목되면 기부금이 어디를 거쳐 최종적으로 어떻게 사용됐는지 추적·검증 가능해 더욱 투명한 기부문화를 만들 수 있다. 실제 IT중소기업 이포넷은 국내 최초 블록체인 기반 기부 플랫폼 ‘체리’를 이번 코로나19 기부 캠페인에 활용했다. 체리는 블록체인 기술 기업 람다256의 ‘루니버스’를 바탕으로 개발된 서비스다.

이포넷의 마스크·건강식품 기부 캠페인에는 각각 990만원, 450만원이 모였다. 기부자들이 체리를 통해 성금(체리 포인트)을 내면 기부 내역들이 루니버스 상에 기록된다. 이를 바탕으로 기부자들은 자신이 기부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포넷은 연내 블록체인 기반 바우처 기부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미약한 시작에 불과하다. 블록체인 기반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려면 더 많은 플랫폼 서비스들이 이번 코로나19에 적극 활용됐어야 했다. 카카오 산하 그라운드X가 지난해 추진했던 기부 플랫폼은 파일럿 서비스에 그쳤다. 정부(한국인터넷진흥원) 공모로 지난해 선보였던 블록체인 기반 기부 서비스도 시범사업으로만 진행됐다.

‘마스크 대란’ 당시 독점, 특혜 논란이 일며 유통문제가 불거졌다. 블록체인의 빈자리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유통은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이 적극 활용되는 분야다. 스타벅스, 월마트 등은 원두와 식료품 유통에 이미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유통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선 블록체인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블록체인 기반 진단자, 확진자 관리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환자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술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기는 위기를 맞았을 때다. 난세에 영웅이 나듯 블록체인이 전면에 등장할 순간도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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