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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혜원의 골프디스커버리] JLPGA 진출 4년차 윤채영…더 풍요로워지고 더 깊어졌다

KLPGA에서 11년을 뛰고 일본 JLPGA에 진출한 윤채영은 올해로 일본투어를 뛴지 만 4년째가 된다. 윤채영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선수였으나, 가족과 스폰서의 든든한 지원 아래 있다가 갑자기 만 서른살에 일본으로 떠났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에서 어떻게 적응했는지 그 얘기를 들어보았다.

윤채영은 처음에 시드를 따고서도 이걸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언어도 전혀 통하지 않는 곳에 새롭게 적응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가기 직전까지도 부모님께 안 가겠다고 생떼를 부리기도 했고,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사서 고생을 하러 가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은 예상보다 더 힘들었다. 혼자 지내고, 혼자 모든걸 책임지고, 혼자 밥먹는 일들이 전혀 익숙치 않았다. 비행기 타고, 짐 싸고, 풀고, 호텔 체크인하고 다니는 일들이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옆에 늘 같이 얘기나눌 수 있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던 한국과는 너무도 달랐다. 자신이 모든걸 결정하고, 체크해야 할 것 투성이었다.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 게다가 윤채영을 더 힘들게 했던건 공간적 제약이었다. 대회를 다니면 선수들은 비즈니스 호텔에 많이 묵는데, 일본답게 방 크기가 너무도 작고 답답했다. 짐이 잔뜩 들어있는 캐리어를 열어놓을 수 있는 공간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 일명 테트리스 쌓기가 시작된다. 가방 안에 있는 짐을 다 풀어서 한곳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캐리어는 얌전히 접어 어딘가에 올려 놓는 것이다. 그 좁은 공간에 혼자 들어와 저녁에 편의점에 들러 사온 도시락을 먹어야 하니 하루하루가 힘들고, 우울하고, 외로웠다.

하루는 지친 몸으로 화장대에 앉아서 스킨을 바르다가 자기도 모르게 막 눈물을 흘리고 있더란다. 윤채영은 내가 이러다 정신병 걸리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보니 공이 안 맞는 것도 아닌데, 스코어도 잘 낼 수가 없었다.

깊은 외로움에 힘들어하다가 가끔은 예선을 떨어지면 그날 밤 비행기로 한국에 와서 이틀을 보내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면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좀 나아지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골프를 더 파고들면 머리에 지진날 것 같았다고 윤채영은 표현했다. 그렇게 버티면서 조금씩 투어에 적응해나갔고, 동료와 만나 밥을 먹는 등 소소한 재미에 조금씩 감사하는 법을 배웠고 생활에 익숙해졌다.

윤채영은 해외 투어 경험을 통해 비로소 나 자신을 더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줄 알게 되었고, 그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본 투어를 통해 새로운걸 알게 되고 경험한 것들이 자신을 더 풍요롭게 해주었다고 했다.

해외 투어를 적응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줄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골프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계속 돌아다니는 생활이다 보니 골프 외의 시간에는 골프를 내려놓고, 쉬고, 같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단다.

현재 윤채영은 조금 멀어진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국에서 연습중이다. 많은 경험을 통해 마음이 부쩍 큰 만큼, 이번 시즌 성적도, 순위도 일취월장하기를 기대해본다.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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