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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색’ 넘어선 용기...도전이 빚어낸 ‘도넛’
학고재갤러리, 김재용 개인전 ‘도넛 피어’
김재용, 레드 도너츠, 2017, 세라믹, 언더글레이즈, 유약,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38x38x10.5(d)cm [학고재갤러리 제공]

알록달록한 색감이 먹음직스런 도넛이다.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운 도넛들은 달콤한 향기마저 나는 것 같다. 반짝이는 글레이즈가 잔뜩 올라가 식감을 자극하는 이 도넛은 사실 도넛이 아니다. 세라믹 조각이다.

아트페어에서 이미 유명한 ‘도넛 작가’ 김재용의 국내 첫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 오는 4월 26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로 3주 넘게 휴관한 후 첫 전시다. 전시엔 ‘아주 아주 큰 도넛’시리즈를 비롯해 청화 시리즈, 달팽이 시리즈 등이 나와 작가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총 망라했다.

전시명인 ‘도넛 피어(Donut Fear)’는 ‘두려워하지 말라(Do not fear)’는 뜻이다. “한국 학생들은 재능이 뛰어난 데, 그 재능을 살려 도전하기를 무서워해요. ‘그냥 마음이 시키는대로 해보라’고 권하지만 결국 공무원 시험을 보거나 하는 걸 보면 안타깝죠” 관객들에게 용기를 내서 도전하라는 뜻을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작가 본인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는 적녹색약입니다. 심하진 않은데, 색에 자신이 없어서 2008년까진 흰색을 위주로 하는 달팽이 시리즈를 주로 했어요” 현란하고 화려한 색으로 가득한 도넛 시리즈를 보고 있자면, 작가의 이같은 고백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한국에선 색약이라는 것 때문에 미대 진학을 포기할 정도였지만, 미국에선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 “회화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앞으로 ‘회화’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제가 쓰는 색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어울리는 색, 편안한 색을 배치하는데 저는 (색약이다 보니)더 자유롭게 색을 선택하고, 상대적으로 시각을 자극하는 색을 쓴다는 거죠”

이러한 재능에도 불구하고 색감이 화려한 작업을 시작 한 건 2008년 이후부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뉴욕에서 생활하던 작가도 생활고를 겪었다. 작업을 포기하고 도넛가게 오픈을 고민할 정도로 코너에 몰렸던 그는 오히려 ‘돈과 색’이라는 두려움을 넘어보자라고 결심했고 도넛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작가는 “저처럼 두려움을 겁내지 말고, 좀 더 가볍고 즐겁게 웃어보자”고 말한다. 새로운 감염병에 전세계적 공포가 커지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한마디 인지도 모르겠다. 두 낫 피어(Do not fear).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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