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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연속 패배한 강성부 펀드…전쟁 3년차, 승산은
주주제안 상정조차 안 된 2018년
주주연합 결성해 위협했지만 곳곳서 구멍
의결권 지분 28.78%, 올해 43.62%으로 증가
"주주연합 구축 후 대비 철저"…반전 가능성도

지난 2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말하고 있다. [KCGI]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코스피 기업을 상대로 한 국내 펀드 최초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시도되고 있다."

국내 한 중견 사모펀드(PEF) 임원은 행동주의펀드 KCGI 등 주주연합이 한진칼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을 이같이 평가했다. 하지만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내·외 이사 전원이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주주제안 상정 단계에서부터 실패를 맛봤던 작년 주총에 이어 2년 연속 한진칼에 패배한 것이다. 끝내 주주연합의 속내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떨치지 못해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이라는 명분이 힘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7일 서울 남대문로 한진빌딩에서 열린 제7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 결과,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출석 주주의 찬성 56.67%(반대 43.27%, 기권 0.06%)로 통과됐다. 조 회장 측 사내이사 후보였던 하은용 대한항공 부사장 또한 56.95%의 찬성률로 무난히 선임됐다. 반면 주주연합 측이 제안한 6명의 사내·외이사 선임 건은 모두 부결됐다. 한진칼의 경영 위기를 극복한 전문경영인 체제와 독립적 이사회가 필요하다며 한진칼과 대립하던 주주연합의 완패였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결과는 3자연합이 지난 3일 제출한 "반도건설이 보유한 8.2%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주총에서 행사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지방법원이 최근 기각 결정을 내린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한진칼 지분 5.06%를 취득할 당시 보유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혔고, 주주명부 폐쇄일(12월 26일) 기준 8.2% 지분을 확보한 뒤 지난 1월에서야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로 변경했다. 하지만 법원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지난해 말 조원태 회장과 만나 그룹 명예회장직 등을 요구했다는 한진칼 주장을 받아들였고, 결국 반도건설의 공시가 허위였다고 판단해 의결권을 제5.0%로 제한했다. 주주연합은 그간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이같은 명분을 뒷받침하기에는 앞선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던 셈이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건설과 KCGI가 먼저 손을 잡고, 그다음 조현아 부사장이 합류하는 과정이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결국 올해의 주주갈등은 반도건설의 적대적 M&A 시도의 일환이라는 시각인데, 이같은 의심을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의 중요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도 법원의 기각 결정을 중요하게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탁자책임위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과 함께 그외 한진칼이 추천한 사내·외이사 6명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주주연합 측이 제안한 사내·외이사에 대해서는 6명 중 4명에 반대 의견을 냈다. 수탁자책임위는 "적정한 이사회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규모만이 문제였다면 이처럼 조 회장 측 손을 들어주진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7일 오전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정기주총이 열리는 서울 중구 한진빌딩 신관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KCGI는 이번 주총 패배로 2년 연속 고배를 마시게 됐다. KCGI가 한진칼과의 분쟁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8년 10월. 경영참여를 선언한 이후 지분을 10.81%까지 끌어올렸고, 2019년 주총에 앞서 감사 및 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 한도 제한 등을 주총 안건으로 제안했다. 조원태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주주제안은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이 되지 않아 주주제안 자격조차 없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고, 석 대표도 주총에서 사내이사 자리를 지켰다. 이후 1년 간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및 반도건설과 연합전선까지 구축했으나 결국 승기를 잡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올 가을 주주연합 측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일 이후 주주연합이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주주연합이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지분은 약 28.78%. 하지만 올들어 KCGI와 반도건설은 지분율을 각각 18.57%, 14.95%까지 끌어올렸고, 소액주주연대 지분(1.5%)까지 힘을 실으면서 우호 지분은 43.63%에 달한다. 델타항공, 카카오 등 조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을 다 합친 것(42.13%)보다도 1%포인트 이상 앞선다.

주주연합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한다면 그 시기는 올 10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시 주총을 위한 법원의 허가를 받는 데 3개월, 이후 주주명부 폐쇄 이후 주총 소집 절차에 3개월가량이 걸리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는 반도건설이 허위 공시 등으로 의결권을 3% 넘게 잃어버리는 등 준비에 미비한 모습이 나타났다"며 "연합 전선이 구축된 뒤로는 이같은 구멍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여, 임시주총에서 반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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