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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존재만으로 위로를 ‘아무래도, 고양이’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저자는 동네 공원에 살며 초딩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슈퍼스타 고양이 ‘나무’를 처음 만난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첫 만남부터 내 종아리에 몸을 비비며 주위를 맴돌았고, 보드라운 꼬리가 찰싹찰싹 내 다리를 때리는 느낌이 경쾌했다. … 아깽이(아기 고양이) 시절의 나무를 아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이제라도 만난 게 어딘가.”

더 어린 나무를 보지 못해 아쉬워하던 저자는, 곧 늙어가는 나무를 원 없이 볼 수 있는 ‘집사’가 됐다.

「아무래도, 고양이」(출판사 북라이프)는 중앙일보에 ‘어쩌다 집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던 글을 모은 책으로, 신문기자와 방송기자를 오가며 바쁘게 살아가던 저자 백수진이 처음으로 누군가의 ‘보호자’가 되며 겪은 삶의 면면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혼자만 먹고, 입고, 지키면 되던 삶에서 책임져야 할 대상이 생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깨를 짓누르는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집사의 삶을 포기할 수 없는지 자신의 이야기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적어 내려간다.

한평생 모르고 살아온 고양이 알레르기 때문에 매일 눈물 콧물이 쏙 빠져도, 반려묘와 함께하는 일상은 많은 걸 포기해도 좋을 만큼 기쁘다고 말한다. 고앙이 집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집사라는 새로운 경험이 다시 숨쉬며 살아가는 힘이 된다며 “아무래도 고양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2016년 초여름, 나무 타는 것을 좋아해 나무라고 불리던 길고양이를 만난 저자는 별나게 사람을 잘 따르던 나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나무의 성격 때문에 인간을 멀리하는 동네 길냥이들에게 공격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커져 갔다. 공원의 나무가 계속 마음에 걸렸던 저자는 결국 나무를 반려묘료 맞이하기로 한다.

나무와 함께 가족이 되는 과정은 예상대로 좌충우돌이었다. 고양이도 인간과 공존하느라 많은 걸 포기했겠지만, 집사가 된 후 저자는 1년 365일 24시간 고양이를 중심으로 생활을 재편해야 했다. 똥 치우기, 밥 챙기기, 피곤해도 놀아주기, 창조 말썽 뒤처리하기, 인테리어 포기하기 등⋯. 하지만 퇴근 후 집사를 반기는 따듯한 온기 하나만으로도 온 마음을 다할 수 있었다.

저자는 나무에 대한 절절한 사랑 고백에서 나아가 집사 자격에 대한 진지한 고민까지 털어놓는다. 외모에 반해 반려동물을 입양했다가 얼마 못 가 파양하는 행태를 예로 들며 고양이와의 삶이 꼭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수많은 강아지와 고양이의 랜선 이모에서 한 마리 고양이의 집사로 전업하면서 스스로 굴레를 만들었다 생각할 만큼 힘들고 버거운 때도 종종 있었다 말한다.

그런 날이면 나무에게 미안해졌고, ‘나는 좋은 집사일까’, ‘나의 고양이가 나 때문에 불행한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과 함께 선택에 후회를 할 때도 있었다고 감정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또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들 가운데 가장 먼저 곁을 떠나게 될 나무를 떠올리며, 이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책을 넘기는 랜선 이모·삼촌 혹은 예비 집사, 전업 집사까지. 모두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일깨워준 나무와, 그와 함께 커나가는 한 인간의 성장에 큰 감동을 얻게 될 것이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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