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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코로나 ‘공조 기회’ 최소 두번 날려
1월 中, 美전문가 파견 무시 발단
입국금지·지원거부…갈등 깊어져
‘우한 바이러스’ 놓고 완전 등돌려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듯한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다. 1월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내민 도움의 손길을 중국은 최소 두 차례 뿌리쳤다. 미국도 강경하게 맞서며 관계는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26일(현지시간) NBC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준비 중인 코로나19 대처 관련 공동성명에 ‘중국발(發)’이라는 문구를 넣자고 주장하고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엔 중국이 포함돼 있는데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표현을 고집해 교착상태라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이 전날 열린 주요7개국(G7) 외무장관 회상회의에서 비슷한 요구를 해 공동성명 도출에 실패한 사례의 연장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미 정부 차원에선 중국 책임론을 거둘 생각이 없는 게 명백해진 모양새다.

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전문가들은 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건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를 파견하겠다는 제안을 중국 측에 건넨 1월 중순께로 본다. 중국은 한 달 가량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31일 중국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같은날 윌버 로스 상무부장관은 코로나19 발병으로 미국에 더 빨리 일자리가 돌아올 거라고 했다.

중국의 자존심은 상할대로 상했다.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건 2월 3일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아직까지 실질적인 도움을 중국에 주지 않았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에 대한 여행·무역 제한을 권고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했는데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첫 국가”라고 직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나흘 뒤인 2월 7일 중국 등에 1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중국 측은 곧바로 그 돈은 세계보건안전예산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중국이 받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이달 20일 트위터에 “중국은 미국에서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썼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약속을 어긴 걸로 볼 대목이다.

발원지 논란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음모론이 난무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코로나19가 중국의 세균전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했다. 자오 리지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미군이 작년 10월 우한에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썼다. 두 나라 외교수장은 이후 ‘루머를 퍼뜨리지 말라’, ‘중국의 전염병 억제 노력을 비방하지 말라’며 통화로 설전을 벌였다.

황옌중 미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은 신종인플루엔자(H1N1)로 피해를 입은 미국의 버럭 오바마 대통령에게 2009년 5월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표하고, 협력을 다지는 등 전염병은 국제협력의 기회를 제공해왔다”며 “정치인과 외교관의 비생산적인 언행은 코로나19가 세계를 멸망의 날로 더 몰고가게 할 뿐”이라고 외교잡지 포린어페어스에서 지적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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