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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영경의 현장에서] “차라리 규제해달라” 외치는 이유

  • 기사입력 2020-03-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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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집값 좀 잡아주세요.”

지난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부동산 규제를 간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대전의 실수요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신축 아파트는 공급이 부족하고,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로 눈을 돌려도 가격이 폭등해 내가 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한 대전 아파트값의 1월 셋째 주 주간상승률(한국감정원 기준)이 무려 0.52%에 달했으니 허무맹랑한 청원은 아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이달에도 매주 0.40% 이상 뛰고 있다.

청원인은 대전의 집값 폭등이 서울 집값만 잡으려다 생긴 부작용이라고 봤다. 서울에 집중된 규제를 피해 분산된 투자 수요가 대전에 닿았다는 것이다. 한쪽을 누르니 다른 한쪽이 튀어오른다는 데서 비롯된 ‘풍선효과’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대전 아파트를 사들인 외지인은 1134명으로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이는 사실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지난해 12·16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권을 겨냥하고, 9억원·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조이면서 서울 강북뿐만 아니라 지방 주요 도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중저가 주택이 몰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의 집값이 9억원을 향했고, 서울 주변 수도권에서는 ‘수용성’(수원·용인·성남시)이 반응을 보였다.

시중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투자 수요가 규제가 덜한 곳으로 향하는 것은 시장의 논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럴 때 실수요자에게 주어지는 선택지는 딱 두 가지뿐이다. “지금 안 사면 앞으론 못 산다”는 생각으로 무리해서라도 뛰어들거나, 아니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전·월세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일부 지역에선 전·월세 가격도 덩달아 올랐으니 실수요자에겐 여러모로 녹록지 않다.

앞서 “풍선효과는 없다”고 자신했던 정부는 집값 상승이 여러 지역으로 번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자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는 내용의 2·20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핀셋으로 지정된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만 주춤해졌을 뿐 규제지역 지정에서 비켜간 대전, 인천, 군포, 오산, 안산, 시흥 등의 집값 오름세는 꺾이지 않았다. 특히 대전은 정부의 두더지잡기식 대책에서 ‘살아남은 두더지’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실수요자의 곡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인 공급대책 발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결국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으려고 내놓은 규제책이 나비효과가 돼 전국 각지의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좌절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집값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규제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가 된 듯하다. 정부는 그동안 “투기세력을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이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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