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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어갈 방법이 없어요”, 해외건설 입국 막혀 다 된 수주 놓칠 판
-외교부 30개국에 국내 기업인 입국 제한 완화 요청...8개국만 OK
-인력·자재 수급 막히고 저유가 더해지면서 건설업황 악화 예상

[헤럴드경제=성연진·양영경·유오상 기자] “거의 다 된 해외 수주인데, 마지막으로 최고경영자(CEO) 미팅을 제안하더라고요. 그런데 하늘 길이 막혀 갈 방법이 없습니다. 현지에서 우리 회사를 위해 기다려줄 지 의문입니다”

국내 A 건설사 임원은 가슴을 쳤다. 수주 경쟁에서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에 국경이 막히면서, 앞날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한국수자원공사는 솔로몬 제도에서 지난해 말 2500억원 규모의 수력발전사업 공사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기술진이 입국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동유럽에서 8000억원 규모의 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다른 건설사는, 외국인 입국 금지로 본사 인력 파견을 통한 실사가 중단됐다. 외교 당국이 해당 국가와 입국 제한 완화 협상을 진행 중이나 답변은 부정적이었다.

실제 올 들어 해외 수주액은 1월 (56억4603만 달러), 2월(37억 2232만 달러)에서 3월 현재 6억3367만 달러(25일 기준)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해외 수주 규모가 큰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도 우려된다. 올 들어 현재까지 해외 수주 규모가 1억 달러 이상인 건설사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등이다.

국내 건설사가 공사 중인 쿠웨이트 현장.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국경을 닫으면서, 올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현장에 난관이 예상된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헤럴드경제DB]

▶국내 기업인 입국 요청에 30개국 중 22개국 ‘NO’=26일 외교부에 따르면, 국내 기업인 입국 제한 완화를 위해 협상에 나선 30여개국 중 현재 8개국에서만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 22개국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세안 지역을 비롯해 해외건설 관련 협조 요청에 따라 현지 공관을 통해 입국 제한 예외 적용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협의 사실 자체에 현지 당국이 부담을 느끼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이후에야 협상에 진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아세안 지역의 경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미얀마 등에서 신도시 개발 사업 등이 이미 추진되고 있지만, 우리 전문 인력의 입국이 제한돼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을 새로 추진하는 곳도 문제”라며 “본사 인력 파견이 안되면 현지 기업이나 지점을 가진 글로벌 회사에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재 통관 안돼 기존 현장도 기간 못맞춰, 소송 가능성=인력 이동도 문제지만, 자재의 운송 및 통관도 늦어지고 있다. 제 때 물류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약속한 공사기간을 못지키고 법정 다툼까지 갈 수 있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일부 글로벌 건설사들이 불가항력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한국 건설사 수주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공정이 산업설비 수주라는 점이다. 원자력이나 정유 화학 등 공장을 짓는 플랜트 수주는 유독 자재 운송에 예민하다. 유럽, 일본, 중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수급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플랜트 공정을 진행 중인 한 건설사는 “높이만 150~200m 올라가는 정유탑의 경우 관련 부품을 여러 국가에서 조달해, 탑을 미리 조립한 후 해상 운송을 하는데 이런 부분이 지연되면 후속 공정도 당연히 멈출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일단 해외건설협회는 각 건설사에 개별 계약서와 상법 등 강제규정 및 글로벌 표준건설계약 비교 검토를 통해 공사 중단과 자재 수급 등 코로나 사태 이후 발생 가능한 사안에 대한 근거 마련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건설사들도 발주처와 이에 대한 협의에 나서고 있기는 하다. 발주처와 지연에 따른 협의를 하고 있다는 한 건설사 임원은 “공사가 지연되면 현장 인력들이 ‘대기’ 상태이기 때문에, 간접비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보상 문제도 있다”면서 “경비 발생에 대한 협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저유가 현실화, 중동 발주 ‘올스톱’ 하나=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불확실성에 더해 유가 하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유가 급락 후, 중동지역의 발주가 취소되면서 2016년 중동 발주 규모는 48%가 급감한 바 있다. 지난해 중동 지역 수주액은 47억7500만 달러로 전체 해외 수주의 21.3%다. 아시아(125억3900만 달러, 56.2%)에 이어 두번째로 큰 시장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대형 건설사는 “유가에 민감한 국가에선 경기 악화로 코로나 이후로도 발주 자체를 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안그래도 중동은 메르스(MERS) 이후 호흡기 질환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 신규 사업 발주를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경기 악화도 우려된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 증권업계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전망이 벌써부터 10% 포인트 가량 낮춰진 곳도 나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직격탄을 맞은 홍콩에선 벌써 건설인력의 20%인 5만 명의 해고 절차를 밟기도 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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