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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디지털 성범죄 온상된 '메신저 앱'

“같이 야하게 재밌게 노실 분들.”

일명 ‘야톡방’으로 불리는 불법 성매매·음란물 오픈채팅 대문 글이다. 성매매 대상을 구하거나 음란 동영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 몰리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성노예로 만들어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N번방 사건. 경악스러운 행각이 벌어진 곳은 은밀한 장소가 아닌 누구나 쉽게 소통하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텔레그램)’이었다.

모바일 메신저가 갈수록 디지털 성범죄 주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주 무대는 ‘텔레그램’만은 아니다. 국내 대표 메신저앱 ‘카카오톡’은 물론 ‘라인’도 범죄에 악용되고 있어 심각성이 더욱 크다.

익명이 보장된 ‘카카오톡 오픈채팅’ 기능을 이용해 온갖 불법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된 ‘빨간방’에서는 불법 음란물 수백개가 유통되기도 했다.

라인에서는 업자들이 가상 아이디를 만들어 불법 거래 후 삭제한 뒤 다른 아이디를 만드는 방법으로 추적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정부와 업계 대응은 역부족이다.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지난해 메신저앱에 대한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적발 건수는 전무하다.

카카오와 라인은 ‘성매매’ ‘조건만남’ 등 기본적인 금칙어를 적용해 필터링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 N번방 사건 관련 부적절한 대화방도 일괄 삭제됐다.

여기에 카카오는 모니터링 인력 300명으로 24시간 신고 접수·대응 체제를 운영하며 성매매·조건만남 등을 금칙어로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 행각 대부분이 약속된 비밀 용어로 이뤄지고 있어 여전히 틈새는 존재한다. 디지털 성범죄 검색 창구로 활용되며 여러 메신저로 연결해주는 구글도 손을 놓고 있다.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섬범죄가 만연해 있지만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성인잡지 쯤으로 치부하고 있으며, 인터넷업체는 이를 철저히 관리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과 교수도 “1차적인 책임은 메신저앱을 악용한 범죄자에 있지만, 이를 방관한 업계와 정부에도 책임은 분명히 있다”며 “기술적, 정책적 대응안을 마련해 메신저앱이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신저앱은 모바일 시대가 낳은 대표적인 온라인 소통 공간이다. 이런 순기능 뒤에는 항상 역기능이 따른다. N번방 사건과 같은 부작용이 대표적이다.

특히 사회 연결망인 메신저앱이 점점 디지털 성범죄 무대가 돼가는 현실을 막지 못한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2의 N번방 사건을 일으킬 잠재 인물들이 메신저앱 곳곳에 숨어있다는 점을 정부와 업계는 직시해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해결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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