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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코로나가 들춰 낸 우리 사회의 민낯

200여년 전 팬데믹의 주인공은 ‘콜레라’였다. 당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오염된 식수가 주요 원인이다 보니 비위생적인 환경에 보다 많이 노출된 가난한 노동자들의 피해가 더 컸다. 당시 런던 상류층의 평균 기대수명은 38세였던 반면, 노동자의 기대수명은 17세에 불과했다. 200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을까.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지난 1월 초만 해도 이웃 나라(중국)만의 걱정거리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어느덧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생활의 시계를 멈춰 세웠다. 너무나 강하고 빠른 전파력은 다른 사람, 심지어 가족과 연인까지 멀어지게 했다. 사람간 연결고리를 싹둑 잘라냈다. 생물학적으로는 강한 결합력을 보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우리의 결합을 단절시킨 아이러니다.

바이러스의 유일한 장점은 감염의 대상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가리지 않는다. 소득에 따른 차별도 없다. 인종도 상관없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평등함을 추구한다. 하지만 감염에 대한 파급력은 차이가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범한 곳은 우리 사회 곳곳이지만 어디를 침입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랐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은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지금껏 외면해온(하려 했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정신질환환자들은 가족도 감당하기 힘들다. 갈 곳이 없어 결국 병원에 모였다. 바이러스가 침범하자 속수무책으로 퍼져 나갔다. 그중 거의 모두가 감염이 됐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많았다.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늙거나 병들거나 가족이 거둘 수 없는 노인들은 진정한 ‘요양’이 불가능한 요양병원으로 쫓겨났다. 감염과 면역에 취약한 상황은 바이러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는 열악한 노동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방역당국은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재택근무를 하거나 몸이 아프면 출근을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을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근로자도 있었다. 콜센터는 컴퓨터 한 대를 놓을 만한 좁은 공간에서 옆 사람과 붙어 일해야 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직원도 많았다. 이들에게 재택근무나 결근 요청은 딴 나라 얘기였을 것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 환자 80%는 집단감염으로 분류되고 있다. 나머지 20%는 산발적 사례 또는 기타로 분류된다. 신천지 대구교회 등 국내의 독특한 상황이 반영된 특징이기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20 대 80은 중상류층과 나머지를 구분하는 비율이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그동안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해오던 불평등한 우리 사회의 민낯과 마주하고 있다. 200년이 지났어도 변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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