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정부 무능 탓 해봐야…불편함으로 불안감 이겨내자

정부가 5일 또다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농협, 우체국, 약국 등 세 군데를 공적 판매창구로 1주일에 1인 2장씩만 1500원의 단일가로 판매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마스크 실명구매 5부제’다.

지난달 26일 ‘공정 마스크’ 공급 대책을 발표한 지 열흘도 안 돼 마련한 대책임에도 벌써부터 “병약한 노인은 어찌하느냐”에서 “실명 확인하느라 판매창구 업무가 마비될 것”이란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마스크 제조업체는 업체대로 “한껏 오른 원자재 가격에 연장수당은 물론 충원까지 해가며 증산해봐야 정부가 공적 물량이라며 턱없는 가격으로 다 쓸어간다”고 불만이다.

이젠 마스크와 관련한 어떤 대책을 내놔도 생산자 수요자 판매자 모두가 불만이다. 가수요가 문제라지만 그걸 자초한 게 정부다. 애초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빠른 확산을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하지 않은 건 그렇다 쳐도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마스크가 중국 등지로 물 새듯 빠져나가도록 내버려뒀다. 심지어 나서서 구호품으로 전해주기도 했다. 수급 상황을 고려치 않고 “곧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국민 안심시키기에만 바빴던 게 우리 정부다.

정부에 대한 비난은 이제 별 의미 없다. 5일의 초강경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건 더는 없다. 홍콩처럼 “마스크 모자라니 공무원은 쓰지 말라”는 게 남은 정도지만 일당독재 중국도 아니고 우리로선 실행 불가능한 일이다. 대만처럼 일찌감치 시작했다면 몰라도, 전시 생필품 배급과 다름없는 ‘마스크 실명구매 5부제’는 뒤늦은 정책무능 인정선언문과 다름없다.

어차피 피곤한 건 당사자 국민이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참에 마스크 구입의 불편함으로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깨뜨려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마스크 사느라 줄 서느니 산에 가서 좋은 공기 마시겠다는 역발상을 해보자는 얘기다.

사실 감염병 전문가 사이에선 “젊고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사망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는 게 정설로 통한다. 극히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사망자 대부분은 당뇨·고혈압·심장병 등 기저질환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병약자, 노인층이다. 당연히 예방은 해야 하지만 젊고 건강하다면 매일 새 마스크를 써야 안심된다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정부는 의료진과 병약자 취약계층에 대한 수급을 더욱 보완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들에게 마스크 공급이 부족하고 구입이 불편해선 안 된다. 그것조차 못하면 정부가 아니고 악한 정부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