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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 뒷북 정부, 기업들만큼만 하라

삼성그룹에 지난 2일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 데 이어 LG그룹도 구미의 LG디스플레이 기숙사와 울진의 LG생활연수원을 코로나19 경증환자들을 위해 내놨다. 대구·경북 지역의 병상 부족 사태 해결을 돕기 위해서임은 물론이다. 비단 이들 기업뿐이 아니다. 한화 계열사들과 경남에너지 등도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대거 구입해 취약계층 4500세대에 전달했다. 기업들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동시에 대구·경북 지역에 기업들보다 먼저 활용할 공공시설들은 없었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 돈도 기력도 없는 계층에 마스크와 소독제를 우선 공급하는 걸 정부는 왜 먼저 시행하지 못하는지도 궁금하다.

대형사태가 벌어지면 어느 정부건 뒷북이라 비난받아왔으니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확실한 것은 정부 정책도 기업들만큼만 하면 지금보다는 훨씬 개선되리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그걸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사례는 너무나 많다.

삼성은 삼성의료원 의료진을 2주단위로 순환근무시키며 연수원에 인력지원을 하고 있다. 의료인력 부족까지 감안한 것이다. 자가방역 조치에 남다른 것도 기업들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기업에선 즉각 온라인 자가 문진표를 만들어 전임직원에 배포한다. 대구·청도 방문 여부, 확진자 방문장소 여부, 발열·인후통·호흡곤란 여부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자가진단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곳도 기업들이다.

기업들이 직원 본인은 말할 것도없고 가족들까지 해외여행을 다녀왔으면 2주간 휴가로 자가 격리토록 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확진자 발생으로 가동을 일시 멈춘 공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국이 이토록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 정도로 방어할 수 있는 것도 과잉에 가까운 기업들의 선제대응에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일찌감치 재택근무 바람을 일으킨 곳도 기업들 아닌가. 대란이 일어나기 전부터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며 의무적으로 쓰라고 한 것도 기업들이다.

세계적인 수준으로 칭송받는 진단 능력도 유전자 진단 시약 기업 ‘씨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씨젠은 우한 폐렴 확산 초기에 진단 시약의 개발을 결정했고 불과 2주 만인 2월 중순 대량공급을 시작했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시의적절한 판단력과 추진력이 관건이었다. 그사이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긴급 사용승인을 해 준 것 뿐이다.

기업 경영자가 생각하는 정도는 정부관료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기술개발과 영업이 아닌 정책에선 더욱 그렇다. 기업에서 배우자고 한 정부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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