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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국민이 함께 누리는 하천수 관리

인류의 역사를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치열하게 분석한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1만2000년 전부터 시작된 농업혁명을 역사상 가장 큰 사기(詐欺)라고 썼다. 이 책에서 농부는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열심히 일했지만’ 그 식단은 빈약했고 건강도 더 나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한 농부의 힘든 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물을 다스리고 서로 사이좋게 나눠 쓰는 것이다.

농업혁명 이후 필수 자원인 물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고,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는 과정에서 물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났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2001~2020년)에 따르면 농업용수 수요는 연간 152억t에 달하며, 생활용수(76억t)와 공업용수(23억t) 역시 적지 않은 실정이다. 1965년도 우리나라의 연간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수요는 각 2억t과 4억t에 불과했으나 인구 증가와 산업 발전과 함께 물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1274㎜)은 세계 연평균 강수량(1170㎜)과 비슷하나 높은 인구밀도(세계 10위) 때문에 1인당 총 이용 가능 수자원량(1367㎥)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4번째로 적다. 수리권, 즉 물을 이용하는 권리와 관련된 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로 댐 건설을 통해 물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물 이용을 담보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환경부는 통합 물관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하천수 관리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하천수 사용 허가 세부 기준’을 제정하고 올해 1월 ‘하천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이러한 혁신을 향한 첫걸음이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그간 하천수 허가량을 연 단위로 고정하던 것에서 1개월 또는 1일 단위로 필요한 만큼 허가받을 수 있게 했다. 쉽게 말해 도매 단위로만 관리된 하천수 허가를 소매 단위까지 세분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필요한 만큼만 하천수 허가를 받아 사용료를 줄일 수 있고, 국가 입장에서는 한정된 자원인 하천수를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사용자가 계측시설 등을 설치해 실제 하천수 사용량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 허가량이 아닌 실제 사용한 만큼만 사용료를 내는 규정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사용량 측정이 의무화되지 않은 소규모 하천수 사용자의 자발적인 사용량 보고를 유도할 수 있어, 더 정확한 하천수 관리 기반 조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과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전면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하천이 인접한 지역에서는 하천의 물을 ‘내 지역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관련법상 이는 적절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1년 하천법을 제정하면서 사전 허가를 받고 하천수를 이용하도록 의무화했다. 현재 국가와 지방하천 모두 국가가 하천수 허가를 담당하고 있으며, 담당 부처인 환경부는 모든 국민이 하천수가 주는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환경부는 공공성을 중심에 두되, 효율성도 놓치지 않도록 하천수를 관리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낸 하천수 사용료를 지방자치단체가 하천관리 재원으로 재투자하도록 의무화해 하천수 관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하천수 무단 취수 처벌 기준도 강화한다. 또한, 여름철에 집중되는 강수량을 하천수로 추가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환경부는 주변지형에 순응하면서도 본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나라의 물이용 특성에 적합하고 국민이 함께 누리는 하천수 관리제도 마련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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