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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광장] 감염병, 디지털헬스케어로 돌파

온 나라가 신종 감염병인 코로나19로 난리다. 뉴스에서는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매일 집계하고 각종 전망을 쏟아낸다. 사람들은 자기 동네에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불안해하고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일부 기업은 직장을 폐쇄하고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는다.

인류의 역사는 신종 감염병과의 전쟁으로 점철돼왔다. 중세와 근대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흑사병)부터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그리고 최근에 발생한 신종플루와 메르스까지. 의학 기술과 방역 시스템의 발달로 이전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지만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의 크기는 중세 유럽 시절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그때도 사람들은 도시를 떠나 시골이나 산속으로 들어가거나 접촉이 두려워 집에서 나오지 않았고 선박의 입항을 수십일 동안 금지하기도 했다.

IT 기술이 발달한 21세기에 과연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최근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와 헬스케어 분야에 IT 기술을 접목한 영역을 뜻한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영상진단부터 게임이나 앱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원격의료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만일 치사율이 30%쯤 되고 확산속도가 코로나19의 10배쯤 되는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감염병 실시간 감시와 확산 예측에 대규모 데이터 축적 플랫폼 등 IT기술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우선 정부와 병원은 환자의 정보를 제공하고 사람들은 열이나 기침 등 증상 정보를 플랫폼에 제공한다. 또 자신의 이동경로를 GPS를 통해 관리하고 발생 환자의 동선과 겹치는 경우 스스로 자가격리를 시작하고 신고할 수 있다.

필자는 소아체온관리 앱 ‘열나요’에 축적된 독감 환자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 유행병 감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국제학술지인 SCI에 논문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축적된 빅데이터의 통계 예측 모델을 적용하면 감염병의 확산경로도 예측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AI)기술을 적용해 환자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구분해내는 스크리닝(선별검사) 진단기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의 경우 하루에 7000명 정도가 검사를 받고 있는데, 만일 하루에 10만명을 검사해야 한다면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유행 초기에는 접촉자를 중심으로 검사하면 충분하지만, 지역사회 감염 이후에는 열이나 기침이 있는 모든 사람을 검사할 수 없기 때문에 검사받을 사람을 걸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필자는 앱에 축적된 독감 환자 2만명의 데이터로 독감 선별검사가 가능한 인공지능을 완성해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혁신적인 일에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메르스 이후 10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독감 환자의 데이터를 모으다가 결국 예산이 축소되었고 큰 IT 기업들조차도 IT를 이용한 감염병 대처 신기술 개발에 시큰둥한 것이 현실이다.

새로운 감염병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21세기에는 21세기에 맞는 감염병 대처법이 필요하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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