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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산책] 코로나 우울증

  • 기사입력 2020-02-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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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딸 결혼식을 공지했던 친구가 대사 일주일을 앞두고 단체카톡방에 결혼식을 6월로 연기한다는 양해의 글을 올렸다. 인생의 새 출발을 걱정 속에서 진행하기 싫었던 신랑·신부의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하객을 불러 모으는 일 자체가 이런 시국에 해서는 안 되는 일로 느껴지니….

#군대 간 아들이 이렇게 고맙기는 처음이다. 이미 군대도 뚫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장 엄격하게 통제가 가능한 사회가 군대가 아닌가 싶어 마음이 놓인다. 사회에 있었다면 주변의 사소한 걱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대로 돌아다녔을 녀석이기에 더 그렇다.

#형제 단톡방에 거의 매일 코로나19 대처법이 올라온다. 여기저기서 퍼 나른 출처 불명의 글들이다. 여동생은 사우나를 좋아하는 언니를 걱정하며 집에서 목욕하라고 권한다. 마트 가기 겁나 냉장고 털기에 열심이라는 동생네는 엄마의 예배 참석을 말리겠다고 한다. 해외출장은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루라는 조언도 쏟아진다.

평화롭게 진행돼오던 집 밖의 일상이 다 멈춰서 버린 느낌이다. 정작 무서운 건 바이러스가 아닌 듯싶다.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더 두렵다. 국회가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에 세계 증시 대폭락, 한국인 입국 금지 등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이 기회를 틈타 정부를 욕하고 싶은 사람들은 나라가 망했다고 목소리를 높여 스트레스지수를 극대화시킨다. 개인적인 영역뿐 아니라 생업 면에서도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주변 동료 중에 재택근무자가 생겨나고 마스크 근무도 낯설지 않다.

공포의 근원에는, 아직 이 생소한 바이러스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예방할 마땅한 약이 없다는 점이 자리한다. 임상까지 거친다면 최소한 1년, 길면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신종 계절성 질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19는 궁극적으로 억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며 “1년 내 전 세계인의 40~70%가 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을 애틀랜틱지에 게재했다.

같은 기사에서 제이슨 슈워츠 예일대 공중보건대학 교수는 “이른 시일 내 코로나19의 영향을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며 “이제 지구촌 모든 사람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유행병 대응은 국경을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완벽한 봉쇄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팬데믹’ 상황으로 보인다. 낮은 치사율에 무증상 환자도 많은 바이러스 특징상 대응 시스템도 감염 경로 추적과 의심자 검사, 확진자 격리 치료 차원에서 증상 발현환자 치료 중심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이번 코로나19 관리 경험이 더욱 빈번하게 찾아올 수밖에 없는 감염병에 대응, 관리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는 기회가 돼야 한다. 덧붙여 이런 일에 정부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적어도 내가 방역망의 ‘구멍’이 되지 않도록 개인위생 수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신종도 언젠가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날이 반드시 온다. 그날까지 바이러스와 악전고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힘을 빼는 일은 하지 말자. 특별히 고난의 시간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주민들에게 격한 위로를 보낸다. 같이 할 수는 없지만 이 위기가 지나면 반드시 대구여행을 갈 것이다. 6월로 미룬 친구 딸의 결혼식도 웃음 속에 치를 수 있길 기도한다. 이미선 편집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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