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사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단독주택 및 빌라(다세대·연립)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라 밀집지역의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김모(33) 씨는 최근 역삼동 인근 빌라 매입을 고민하고 있다. 작년부터 수도권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최근 아파트값이 수억원 급등한 데다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이유로 강남구 지역 빌라 매수로 방향을 틀었다. 역삼동의 경우 전용면적 60㎡ 빌라를 6억원대에 구입할 수 있고, 신축 빌라는 시설도 아파트 못지 않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지난해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사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서울 지역 단독주택 및 빌라(다세대·연립)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파트값 급등, 대출 규제 등으로 아파트 진입을 포기한 수요자들이 대체재로 빌라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4867건, 12월 5192건으로 지난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18년 9월 5012건 이후 최대치이며, 전년 같은 기간인 2018년 12월(2957건)과 비교해도 75.5% 증가한 것이다.

단독·다가구 주택 거래량도 증가세다. 지난해 11월 1270건, 12월 1034건으로 2018년 8월(1441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주택매매 신고일이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이달 21일부터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1,2월의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세대·연립이 밀집한 송파구 석촌동 A공인 관계자는 “아파트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매수할 수 있고, 지하철 9호선 등 강남 지역 출퇴근의 장점이 있어 신혼부부 등 실수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사그라들고 있는 가운데 단독주택 및 빌라(다세대·연립)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성수1가1동의 단독주택 밀집지역 모습 [헤럴드DB]

특히 은평·성북구 등 서울 외곽 노후 단지 지역의 경우에는 재개발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거래량이 늘었다. 분양을 노리고 재개발 구역의 소형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1년간 서울 25개 지역구 가운데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은평구가 411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서구(3877건), 송파구(2482건), 양천구(2411건), 성북구(2191) 순이었다.

다세대·연립주택의 매매값도 오르고 있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103.5로 전월대비 0.13% 증가하는 등 최근 5개월 연속 상승세다. 강북 지역의 상승률은 0.18%로 강남(0.09%)보다 높다. 서울의 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도 112.1로 전월대비 0.38% 올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줄줄이 내놓은 대책·규제를 피하기 위한 ‘풍선효과’로 빌라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12·16 대책으로 9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의 경우 대출 규제가 심화된 반면, 다세대·연립주택은 규제에서 벗어난 9억원 이하가 대부분으로 상대적으로 자금 압박이 덜하다는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파트값이 워낙 비싸니까 아파트 구매하려고 했던 이들이 대체재로 다세대·연립주택으로 옮겨간 것”이라면서 “최근 아파트 못지않게 지어진 빌라도 많은 등 이들 주택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어 “단독주택 경우에는 땅과 주택을 함께 소유하는 형태로 지가 상승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파트보다 덜 올랐다는 기대 심리가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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