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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총선연기론은 현재 ‘금기어’다…계속 그럴까
코로나19로 지금까지와는 전혀다른 총선운동 전개
현장방문 긴급 취소하거나 스킨십 선거운동 올스톱
이에 정치권 물밑에선 “총선 연기하자” 주장들 제기
청와대 “검토한 바 없다” 선긋기…연기가능성 작아
진보나 보수 진영 각당도 예민한 문제라 입단속들
정치신인들 중심 총선연기론 주장은 계속 나올듯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23일 최근 개설한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 첫 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비대면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사진은 이낙연TV에 올라온 영상 모습.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4일 현재로 700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 비상령’이 더욱 강화됐다. 향후 며칠 사이가 최대 고비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하나의 흐름이 감지된다.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총선연기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공식적으론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금은 물밑에서만 솔솔 제기되는 시나리오다. 실현 가능성도 커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분간 대면 접촉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키로 하면서 총선 선거운동 관련 흐름은 새 국면에 돌입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치인 중에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처음으로 ‘총선연기’를 주장했다. 공당의 대표가 이를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손 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계’ 상태인 감염병 위기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게 급선무이며 중국인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4·15 총선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그의 말을 받아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고 거든 이는 없다. 총선연기론이라는 단어가 정치권에선 현재 ‘금기어(禁忌語)’라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너무도 민감한 이슈라 섣불리 가부 의견을 내놓을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왜 그럴까. 우선 총선연기론에 대한 각당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총선연기를 운운하는 자체는 ‘독이 든 성배’로 여겨진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일단 상황을 주시 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커지면 야당으로선 문재인정부 책임론이 더 불붙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렇잖아도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총선의 제1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미래통합당으로선 이득을 따져볼 수 있는 소재임은 분명해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같은 국가적 재난사태를 총선과 연계한다는 인식을 준다면 그 자체로 치명적인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게 부담이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시점에서 “질병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을 것임은 뻔해 보인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총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지는 듯한 발언은 당내에선 절대 금기어”라며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상황을 주시하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총선도 총선이지만, 코로나19는 하루빨리 진정돼야 할 것”이라며 “이 점이 중요하지, 총선과 코로나19를 연결짓는 행위는 자멸행위라는 점은 당내에서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혹시라도 있을 총선과 관련한 코로나19 돌출 발언에 대한 경계령을 내린 분위기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이발소를 방문해 이발하던 손님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여당이나 정부로서도 총선연기는 생각하기도, 언급하기 어려운 단어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책임회피용 선거연기라는 말이 뒤따를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코로나19에 대한 방역실패와 늑장대응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총선연기와 같은 말을 꺼낸다면 잡음이 뒤따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여권으로선 예정된 총선을 치르는 게 명분상 낫다는 판단도 한 배경으로 보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연기론에 대한 질문에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청와대 역시 “총선연기를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로선 총선연기론이 부상할 경우 여권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단속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 총선연기론이 나오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적으로 대통령 권한”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 총선연기는 대통령의 권한 사항이다. 공직선거법 제196조 1항에선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는 대통령이 선거 연기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선연기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청와대측에서 검토한 적 없다고 못박은 것을 보면 총선연기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실제로 전국에서 실시되는 선거가 재해나 사태로 인해 연기된 케이스는 없다. 6·25전쟁 중이던 1952년에도 제2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총선연기론은 여기저기서 조심스럽게 제기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총선에 대한 이해관계를 ’코로나19‘에서 찾으려는 세력들이 소리소문없이 불을 지피는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런 시각이 뒤따른다.

총선 후보나 예비후보들이 정형화된 선거운동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예정된 총선 일정에 대한 부담을 호소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거세지면서 선거운동 자체가 올스톱되는 분위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에 지명도가 큰 후보의 경우라면 예정된 선거가 크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지명도가 작은 후보의 경우엔 법적으로 보장된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다며 이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며 총선연기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름이 상대적으로 덜알려진 후보들의 반발이 심할 것은 뻔한 일”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총선 선거운동이 뜨거워졌다가 갑자기 싸늘하게 식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표적인 곳이 정치1번지다.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2일 일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고, 소규모 간담회 위주의 선거운동을 진행 중이다. 종로 구민이나 상인들을 찾아 활발하게 스킨십을 하던 선거운동 스타일을 접은 것이다.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자격을 가진 이 전 총리는 아예 23일 최근 개설한 유튜브 채널 ‘이낙연TV’에 첫 영상 콘텐츠를 올리고 비대면 선거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종로 선거의 경쟁자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역시 22일로 예정됐던 선거운동 계획을 모두 캔슬했다. 당초 종로구 통인동 통인시장과 계동 북촌한옥마을 등을 찾아 주말선거운동을 이어가려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이를 취소한 것이다. 황 대표 역시 비대면 선거운동 전략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의 대표얼굴 격인 종로의 이같은 흐름은 다른 선거운동 현장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대규모 선거운동이나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된 형태로 진행됐다. 최근 열린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 등 각 당의 주요행사가 조촐하게 열린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치 신인들은 코로나19가 바꾼 낯선 정치환경에 당혹해 하고 있다. 얼굴을 알리기 위해선 일분, 일초가 급한데 지역 주민들과의 스킨십 자체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용산구 한 예비후보는 “지하철역이나 구내 시장이나 상가등을 돌아다니며 선거운동을 해야 할 때에 그걸 못하다보니 초조한 것이 사실”이라며 “선거운동 자체가 현재로선 올스톱돼 속상하다”고 했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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