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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김영하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인사’외 신간 다이제스트

▶작별인사(김영하 지음,밀리의 서재)=김영하 작가가 장편소설 '작별인사'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출간된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7년 만이다. 소설은 휴머노이드가 일상이 된 시대가 배경이다. 주인공 철이는 최고의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는 휴먼매터스랩의 수석연구원인 아버지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어느 날 낯선 곳으로 끌려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기계적 휴머노이드, 인간과 다름없는 애완용 휴머노이드, 사람들이 섞여있는 거대한 감금시설에서 철이는 생존의 법칙과 폭력 등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세상의 축소판과 같은 현실을 매일 맞닥드린리면서 친구들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철이는 딴 세상과도 같은 충격적인 환경 속에서 예민하게 자신을 느끼게 된다. 먹고 자고 싸는 최소한의 인간조건이 거추장스럽고 위험하게 느끼면서 차라리 기계였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된다. 소설은 철이의 정체성에 수수께끼를 걸어 촘촘하게 그물망을 짜나간다. 성장소설처럼 읽히지만 소설이 던지는 질문은 간단치 않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오랜 사유로 돌아오는데, 뇌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취약한 실체가 드러나고,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람같은 휴머노이드가 현실이 돼가는 상태에서 철이의 실존은 우리의 얘기로 돌아온다.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박승규 지음, 은행나무출판사)=한중일 삼국의 동물이 어떻게 역사와 문화를 바꿔놓았는지 유쾌하게 펼쳐낸 동물이야기. 저자에 따르면 한중일은 물론 세계역사를 바꿔놓은 의외의 동물은 메뚜기다. 메뚜기떼는 ‘마른 쓰나미’로 불릴 정도로 삽시간에 곡식을 먹어치우는데, ‘삼국사기’에 따르면 고구려는 8번, 백제 5번, 신라 19번의 대규모 메뚜기 피해가 발생했다. 백제 무령왕 때엔 메뚜기 때문에 900가구가 신라로 탈출했다는 기록이 있다. 호랑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동물이다. ‘조선 사람들은 1년의 반은 호랑이한테 물려죽은 사람 문상을 다닌다’는 중국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인조반정을 성공시킨 일등공신도 호랑이였다. 표범사냥 특수부대 ‘착호갑사’가 광해군을 몰아내는데 앞장섰기 때문이다.중국에서 수난을 당한 동물은 참새다. 마오쩌둥의 지시로 인민의 곡식을 뻇는 해로운 새로 낙인찍인 참새 박멸운동에 따라 1958년 2억1천만 마리가 죽었다. 이일로 대흉작이 들어 한해 수백만명이 굶어 죽었다.책은 국가와 사회를 치명적 위기에 빠뜨린 의외의 동물부터 역사적 사건의 방향을 튼 동물, 신화·설화 속 동물의 이야기 등 흥미진진하다.

▶인간과 좀비의 목숨을 건 철학수업(사쿠라 츠요시 지음, 김영택 옮김,추수밭)=어려운 철학의 개념 대신 철학의 일상성 속에서 친근함을 발견할 수 있는 철학입문서. 책의 주인공은 대학 졸업후 취업에 실패하고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로 힘든 청춘을 보내고 있는 히로. 유일한 친구는 게임 속 캐릭터이고 유일한 사치는 생활비를 아껴 가끔 사먹은 천 엔짜리 돈가스 정식. 그를 ‘생각없이 사는 젊은 나부랭이’로 여기지만 그는 현실을 바라보는 게 버겁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던 히로는 자살명소를 찾는데,돌연 좀비가 나타난다. 이렇게 나타난 철학 좀비는 냉소적이고 삐딱한 히로와 일상을 함께하며 삼천 년을 견딘 경험과 축적한 사유, 철학자들의 오랜 지혜를 들려준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 갖게 되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 부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등 일상에서 느끼는 의문을 예능처럼 재밌게 풀어간다. 그런 와중에 플락톤의 이데아부터 퍼트넘의 ‘통 속의 뇌’에 이르기까지 존재론과 인식론, 보편성에 대한 논쟁과 인과, 선 등 철학의 전통적인 논제들을 빠짐없이 다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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