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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빠’들이 흔드는 총선 중반 판세

‘빠’가 중반에 접어든 총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빠’는 특정 연예인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여고생 팬들을 한때 ‘오빠부대’라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영어로 하면 가수를 따라다니는 소녀 팬, 또는 광팬을 말하는 ‘그루피(Groupie)’에 해당한다.

연예계에서 시작한 ‘빠’는 이제 정치, 사회 대부분 영역에서 쓰이는 말이 됐다. 특정 정치인을 위해 악플을 달고 집회도 나가고 돈을 내는 ‘문빠’·‘박빠’ 같은 말은 이제 신문과 방송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 특정 종교, 저명인사, 신념에 올인하는 사람들을 향해 ‘~빠’라 부르는 것도 더 이상 생소하지 않게 느껴진다.

이번 총선에서도 ‘빠’들의 위력은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흔드는 ‘문빠’, 즉 문재인 대통령의 열혈 추종자들이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 있다’고 애뜻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호 최전선에 서 있다. 그래서 선거를 앞두고 조국을 지우고 싶어하는 민주당 일각의 시도에 격렬하게 저항한다. 조국을 지우는 것은 문 대통령, 나아가 ‘문빠’ 자신들을 지우는 불순한 시도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문빠’만을 믿고 선거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최근 여론조사상 적극 지지층 비율 등을 보면 많아야 전체 유권자의 20~30% 수준이다. 보수 야권의 극적인 통합으로 민주당이 기대했던 ‘일여 다야’가 아닌 여와 야의 ‘일대 일’ 구도가 형성된 지금 승리에 필요한 숫자는 ‘50+1’이 됐다.

박용진 의원이 “2016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태도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조국 선거를 자초하고 있는 당을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다. 4년 전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빠’의 목소리가 높았고, 또 당시 선거 구도도 여와 야의 일대 일 대결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여론조사상으로 한발 앞섰던 여당의 대 참패였다. ‘빠’들이 불러온 ‘까’, 즉 안티의 힘이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빠’도 선거 중반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10여명이 넘는 집단 신종 코로라 감염 사태를 촉발한 특정 종교 집단과 열혈 신자들이다. 대통령과 장관들, 그리고 여당 지도부가 나서 정부의 성공적인 방역 조치를 자화자찬하자마자 특정 종교의 ‘빠’들이 집단 감염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일부 여권 열혈 지지층, 즉 ‘문빠’들이 가세해 이 지역을 중국 우한처럼 차단해야 한다며 조소하기 시작했다. 비록 아직까지는 일부 극소수 온라인 공간에서 나온 자기들끼리의 우스갯소리지만, 선거를 앞둔 여권에게는 치명적인 흐름이 될 수 있다. 실제 이런 특정 지역 차단 글에는 중국 사람들의 입국을 전면 통제해야 한다는 야당과 의사협회 주장을 따르지 않아 일을 키우고 말았다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글이 더욱 많이 달리고 있다.

‘빠’는 내부 경쟁, 즉 경선이나, 소수의 힘만으로 승리가 가능한 구도에서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정반대 구도로 흐르고 있다. 즉 우리 편의 승리를 원하는 ‘빠’라면, 지금은 스스로의 목소리를 다소 낮춰야 할 때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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