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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사회 다음은 '병원 감염'?…방역망 대전환 불가피
-지역사회 감염 이후 우려되는 것이 병원 내 감염
-대형병원에는 중증질환자 많아 메르스 때처럼 심각한 상황 올 수도
-의협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 정해 일반 의료기관과 이원화 필요"
20일 오전 대구시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코로나19 둑이 무너졌다. 지난 19일 하루에만 코로나19 확진자가 22명 늘어난데 이어 20일에도 또 다시 대구에서 10여명, 경북지역에서 4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18일까지만 해도 31명이었던 확진환자가 이틀 만에 70명 정도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사실상 지역감염이 본격화된 것이다.

보건당국이나 의료계에서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에서 확진자가 더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지역사회 감염에 이어 병원 내 감염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코로나19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의료게에서는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호흡기 증상 환자가 일반 환자와 섞이지 않도록 분리하는 방법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코로나19…“지역사회 감염자 더 늘 것으로 예상”=20일 오전 현재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34명(19일 22명, 20일 14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 19일까지 17명이 31번째 환자와 관련이 있는 환자들로 밝혀졌다.

14명은 31번째 환자와 같은 신천지대구교회 신자로 확인됐고, 1명은 환자가 입원했던 새로난한방병원에서 접촉한 병원 관계자다. 청도군 주민 2명은 31번 환자가 지난 15일 방문한 호텔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이들은 지금까지 모두 해외여행력이 없거나 확진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지역사회에서 감염됐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9일 브리핑에서 “한 공간(장소)에서 11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은 (바이러스에)대규모 노출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슈퍼 전파자가 있었다고 봐야 하는데 감염원이 31번 환자인지 아니면 다른 감염원이 있는 것인지는 정확한 역학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감염원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된 상황에서 누가 감염의 시작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주변 누구나 감염이 됐을 수 있고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전파가 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지역사회 감염을 예상해 왔던 만큼 앞으로도 지역사회 감염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랐지만 코로나19의 특성상 워낙 전파력이 있어 예상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병원 내 감염…“병원 전파는 전혀 다른 얘기”=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다음으로 우려되는 것이 바로 ‘병원 내 감염’이다. 만약 병원에서 감염이 생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역사회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병원에는 기저질환자, 중증질환자,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이런 장소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면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이 낮다지만 면역력이 낮다면 감염을 통해 기존 질환이 악화되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중증질환자가 많이 찾는 대형병원에 바이러스가 전파되면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형병원에는 기저질환자, 중증질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이 많아 이들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 자칫 사망 위험까지 갈 수 있다”며 “이건 지역사회 감염과는 또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병원에서 감염이 발생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지역의 응급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환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의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대 응급실은 모두 폐쇄됐다. 의심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이 병원 응급실을 찾은 뒤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 지역의 응급의료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중 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의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인데 이 시점에서 만약 이 지역에서 중증의 응급환자가 발생한다면 신속하게 처치를 받을 수 없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심각한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있고 국민 건강에 매우 큰 위협”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응급실이 폐쇄되면서 의료진이 2주간 진료를 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해 응급진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메르스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병원 내 감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자와 일반환자 섞이지 않도록 의료기관 ‘이원화’ 시급=이에 의료계에서는 병원 내 감염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조속히 방역대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의심환자를 추적해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발열 또는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있는 환자는 우선적으로 선별진료가 가능한 보건소나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진료해 고위험군(만성질환자, 폐 기능이 저하된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등)과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가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도 “지금은 중증 환자,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에게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은 의료기관의 이원화를 주문했다. 보건소를 포함한 지방의료원과 같은 국공립 의료기관을 한시적으로 ‘코로나19 의심증상 전담진료기관’으로 지정해 전체 의료기관을 ‘코로나19 전담의료기관’과 ‘일반진료 의료기관’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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