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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가정집을 문화공간으로…코오롱의 을지로 공간실험
서울 을지로4가 공구거리에 ‘을지다락’ 열어
가정집 개조해 카페·매장·전시장 등 다기능 공간
23개 브랜드 수시로 바꾸며 공간 재구성
서울 을지로4가 공구거리 위치한 ‘을지다락’. 가정집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했다. [사진제공=코오롱FnC]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18일 오후 서울 을지로4가 공구거리. 지하철역을 나와 골목길로 들어서니 어깨를 맞댄 작은 공업사들 사이로 2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전깃줄이 얼기설기 걸려있는 이 빛바랜 콘크리트 건물은 ‘을지다락’. 카페·매장·쇼룸·전시장 등이 어우러진 다기능 공간으로 패션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코오롱FnC)가 처음으로 내놓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을지다락 2층. 20년간 사용되던 가정집의 원형을 그대로 살렸다. [사진제공=코오롱FnC]

▶낡은 가정집을 개조…옛것과 새것이 중첩되는 공간=코오롱FnC는 작년 하반기 을지다락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각 브랜드의 영업·마케팅·비주얼머천다이징(VMD) 팀에서 소수 인원을 차출해 팀을 꾸렸다. TF의 고민은 “코오롱FnC가 보유한 23개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줄 통합된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브랜드의 역사·가치·변화를 오롯이 담을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했다.

TF는 을지로로 키워드를 좁혔다. 보통 패션 브랜드의 대표 매장은 강남·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있지만, TF는 최근 2030대 사이에서 떠오르는 ‘힙지로(힙+을지로)’에 주목했다. 낡은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을지로 상권이 오랜 역사를 지닌 코오롱 브랜드를 알리기 적합한 장소라고 판단했다.

을지다락은 공업사들이 밀집한 세운지구에 들어섰다. 1층은 임대공간, 2층은 가정집으로 쓰이던 20년 된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공간을 재구성했다. 주방의 아궁이, 욕실의 푸른 타일부터 방과 방을 나누는 콘크리트 벽까지 모두 보존했다. 나무로 된 문은 통째로 떼어내 카페의 테이블로 활용했다. 자개장, 진열장 등 집주인의 손때가 묻은 가구도 구석구석 진열했다.

을지다락 1층 ‘올모스트홈 카페’. 홍시라떼·쌍화 밀크티·고창 복분자 뱅쇼 등 색다른 음료를 판매한다. [사진제공=코오롱FnC]

▶쌍화 밀크티부터 1970년대 조끼까지…‘뉴트로 감성’ 입혀=을지다락에 들어서면 느끼는 첫 인상은 ‘뉴트로(새로운 복고)’다. 옛날에 출시한 제품과 최근 내놓은 상품을 절묘하게 섞어 젊은 층의 호기심을, 중장년층의 추억을 자극한다. 채동환 을지다락 매니저는 “지도를 보고 찾아온 2030대부터 공업사에서 일하는 4050대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을지다락의 1층은 패션 브랜드 ‘에피그램’의 ‘올모스트홈 카페’로 꾸며졌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통 먹거리는 누구나 궁금증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날도 홍시라떼·쌍화 밀크티·고창 복분자 뱅쇼 등 색다른 음료를 맛보기 위해 카페를 방문한 고객들로 북적였다.

좁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면 거실과 여러 방이 나온다. 각 방은 시리즈·래코드·에피그램·커스텀멜로우·코오롱스포츠 5개 브랜드에서 엄선한 상품들로 채워져 있다. 앞쪽에 위치한 커스텀멜로우 방에는 온라인 전용 라인인 ‘새드 스마일’ 상품이 진열돼 있다.

시리즈 방(왼쪽 사진)과 코오롱스포츠 방. 을지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상품을 모아 진열했다. [사진제공=코오롱FnC]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리즈 방이 있다. 이날 박기수 시리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봄·여름(S/S) 신상품 중 일부를 선별해 진열하고 있었다. 따뜻한 색감의 체크셔츠를 구깃구깃하게 접어 측면으로 옷걸이에 걸어 빈티지한 느낌을 더했다. 박 CD는 “옛스러운 체크셔츠는 을지로의 분위기에 가장 잘 녹아들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가장 구석에 위치한 코오롱스포츠 방은 ‘아빠의 옷장’이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한쪽 벽면에는 코오롱스포츠가 고객들로부터 재구입해 진열해놓은 20년 된 낚시 조끼가 걸려있다. 다른 벽면에는 1970~1980년대 바람막이 재킷, 낚시 조끼 등을 직접 착용해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코오롱은 을지다락을 주기적으로 바꿀 예정이다. 코오롱이 전개하는 23개 브랜드를 필요에 따라 입·퇴점시키면서 공간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기획전을 연동해 보여주고, 여러 작가들과 협업한 상품을 전시하는 등 다양한 공간실험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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