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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해외건설 부진의 구조적 원인

2019년 해외 건설 수주실적이 2월 초가 돼서야 발표됐다. 300억달러를 넘어서리라던 당초 전망과 달리, 전년 대비 31%나 줄어든 223억달러에 그쳤다.

미·중 무역분쟁, 중동 발주 감소 등 대외 수주 환경의 악화에다 우리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로 신중하게 입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전망에 앞서 작년 수주실적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우리 해외 건설은 중동 시장과 플랜트 편중 수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아시아 시장 비중이 56.2%였고, 플랜트 비중은 48.7%였다. 외견상 편중 수주가 완화된 듯이 보인다.

하지만 중동 시장 수주액은 전년 대비 무려 48.3%나 줄었다. 새로운 주력 시장이 된 아시아 지역 수주액도 전년 대비 22.6%가 줄었다. 중남미 시장 수주액은 전년 대비 무려 61.7%나 떨어졌다. 아프리카 시장의 수주액만 늘었다. 주요 공종인 플랜트 수주액은 전년 대비 40.9%, 토목도 36.6%나 줄었다.

저조한 해외 건설 수주실적은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해외 건설 활성화가 포함됐고, 한국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설립을 비롯해 금융 지원 강화를 계속 추진해왔는데도 수주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2010년에 716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2014년까지는 600억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에는 290억달러, 2018년에는 321억달러였다.

작년의 저조한 수주실적(223억달러) 발표와 함께 정부는 올해 2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펀드를 조기 출시하기로 했다. 글로벌 인프라 펀드도 올해 조성금액 중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200억달러 규모의 정부 간 협력사업(G2G) 및 투자 개발사업을 추진해 해외 건설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해외 건설은 정부가 마음대로 늘리기 어렵다. 해외건설의 직접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간기업이다. 정부는 금융 지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다. 고민해야 할 것은 ‘왜 거듭된 정부의 금융 지원 강화에도 해외 건설 수주실적이 저조한가’이다. 우리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를 한 탓도 있겠지만, 총체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해외 시장 정보부터 빈약하다. 시장이 아니라 프로젝트 중심으로만 접근했던 탓이 크다. 시공 중심의 도급사업만 주로 하다 보니 리스크는 크지만 수익은 초라했다. 해외 건설 수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플랜트도 원천기술이 없고, 사업 초기 단계의 엔지니어링이나 개념설계와 같은 사업 영역은 선진 기업들의 몫이었지 우리 기업의 사업 영역이 되지 못했다.

현지 인력이나 협력 업체 활용 등을 포함한 현지화 수준도 떨어져 유럽의 선진 기업보다도 가격경쟁력이 낮은 경우도 있다. 계약 및 클레임 관리 역량이 낮고, 글로벌 구매 조달 역량이나 건설사업 관리 능력도 취약하다.

금융 조달 역량도 낮다. 부족한 사업 역량의 문제는 해외 사업 인력이 양과 질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인이 취약한 상태에서 금융 지원 하나만 강화한다고 해서 해외 건설 수주가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는다.

2010년대 초반에 해외 플랜트 부실로 어닝 쇼크를 겪었던 건설기업들은 수주보다 수익성과 수행 역량을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의 발표 자료는 수주 중심이다. 일반적으로 해외 건설을 평가할 때는 수주보다 실제로 발생한 매출을 중시한다.

이제는 수주 중심으로 해외 건설을 평가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300억달러 수주가 가능하다지만 이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기에 앞서 지난해 수주실적이 저조했던 구조적 원인부터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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