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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상의 오지랖] 민주당의 ‘밉상 사과법’, 왜 꼭 핑계를 대 화를 키울까
깔끔한 사과 못하고 ‘어정쩡한 변명’으로 화근 불러
‘임미리 교수 고발 취하’땐 “안철수계” 뒤끝 논평
정세균 총리 “편하시겠네” 논란엔 “감수성” 운운
“나는 옳고 남은 틀렸다”는 무오류성 확신이 원인
총선 두달여남기고 “대형악재 잘못 대처” 골머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에 비판적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고 이날 뒤늦게 고발을 취하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발(發) 대형악재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그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형악재는 두가지다. 하나는 민주당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에 대한 검찰 고발 및 취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편하시겠네” 발언을 둘러싼 어설픈 대응 논란이다.

둘다 민주당의 실책성 성격이 확실히 강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 교수는 지난달 28일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한 신문에 기고했다. 칼럼은 실은 곳은 경향신문이었다. 임 교수는 칼럼을 통해 민주당에 독설을 날렸다. 그는 “민주당은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썼다. 민주당은 그 내용을 문제 삼았다. 너무 편향적이라,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의 명의로 임 교수와 해당칼럼을 실은 경향신문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그 사실은 지난주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민주당의 임 교수 검찰 고발의 전말이 밝혀지자, 여론은 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섰다. 내용이야 어쨌든, 민주주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공세가 이어졌고, SNS상에서도 ‘#민주당만_빼고’라는 해시태그 글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중대한 실책을 범했음을 인식하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주를 이루자 민주당은 임 교수 고발을 취하했고, 정식으로 사과문 성격의 공지를 했다. 60여일 남긴 총선(4월15일)정국에서 이를 서둘러 진화하지 않으면 초대형 악재로 번질 것임을 감지한 조치였다.

그런데 이 공지는 또다른 잡음을 남겼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비판적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한다”며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으로선 검찰 고발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한 것이지만, ‘임 교수=안철수계’라는 쓸데없는 문장을 넣음으로써 또다른 오해를 낳았다. 이 문장은 논란이 일자 삭제됐고, 정정조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사과에 “진정성이 전혀 없다”는 말과 “여전히 정신을 못차렸다”는 비판은 계속된 것이다. 게다가 ‘사과’ 대신 ‘유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민주당이 등떠밀려 고발을 취하한 것일뿐, 임 교수에 대한 앙금은 여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민주당 수장인 이 대표가 공식적으로 임 교수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정세균 총리의 “편하시겠네요” 발언 논란도 계속되고 있어 여권으로선 부담이 작지 않은 눈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충북 진천 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

정 총리는 지난 13일 신촌 명물거리의 상점들을 방문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민심탐방 일정이었다. 근데 한 음식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건넨 한마디가 화근으로 돌아왔다. 정 총리는 종업원에게 “요새는 (손님이) 적으시니까 좀 (일하기) 편하시겠네”라고 했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화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 총리가 현실감각 없이 어려운 이들을 조롱한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야당들은 꼬투리를 잡았다는 듯, 일제히 논평을 통해 ‘무개념 발언’, ‘달나라 총리’, ‘민생 막장쇼’ 등의 단어를 쏟아내며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정 총리는 다음날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 상황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사실 총리라는 이가 신종코로나 여파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조롱할 의도를 가졌겠는가. 어디까지나 말실수였고, 그러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음은 사실이라는 지적으로 끝날 일이었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논평 하나가 또 잡음을 남겼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정 총리 발언에 대해 해명하는 논평을 내보내면서 “정 총리가 식당 종업원에게 건넨 말을 두고 트집잡기 정치공세가 벌어지고 있다”며 “쌍용에 근무하던 시절 인연이 있던 종업원과 40년 만에 만난 것에 반가워 친근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대화의 한 구절만 도려내 난도질하는 게 일국 총리를 대하는 온당한 태도냐”고 했다. 정 총리 발언에 대해 전적으로 옹호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문제가 된 문구는 다음에 나왔다. 그는 “(정 총리의 말은) 개념 충만 발언이다. 그 깊은 속정을 제대로 이해할 감수성이 정녕 없단 말인가”라고 했다. 정 총리의 “편하시겠네” 발언의 논란 여부는 둘째치고, 그것을 문제삼는 이들을 모두 ‘감수성이 없는’ 이로 싸잡아 표현한 것이다. 이게 또 여기저기서 반발을 불러왔다. 야당은 사과를 해야 할 이가 오히려 성을 낸다며 논평을 문제삼았다. 여론도 좋지 않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를두고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문재인 정권만의 특색”이라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난 잘못한 거 없다. 오히려 개념 발언을 했다. (버럭) 너희는 감수성도 없냐?’ 이렇게 나오니 외려 우리가 저분 앞에 무릎 꿇고 감수성 부족한 죄를 용서받아야 할 거 같다”고 꼬집었다.

진 교수의 이같은 말과 별개로, 정가 일각에선 민주당의 ‘악재 대처법’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소한 위 두가지 사례에서 민주당의 위기관리 대책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임 교수에 대한 민주당의 검찰고발과 취하, 그리고 정 총리의 발언 후폭풍에 대한 여당의 대응을 보면 집권여당이 맞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며 “이번에 민주당 대응을 보면 확실히 ‘혹을 떼려다 혹을 더 붙이는 실착’을 보여준 게 사실이며 그들의 ‘밉상 사과법’이 그 원인”이라고 했다. 뭔가 사안이 터지면 깔끔하게 사과를 하거나, 여진을 없애는 쪽으로 근원적인 대책을 내세워야 하는데 남의 탓을 하는 ‘핑계 붙이기’로 더 화근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미운털을 빼기는 커녕 더 미운털을 스스로 박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사과를 할때도 꼭 핑계를 대 한대 맞을 것도 여러 대 맞는 일을 초래하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4·15 총선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안아본 어린이가 무서워하자 엄마품으로 다시 건네고 있다. [연합]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오만’이 너무 지나치다는 점을 그중 하나로 꼽는다. 촛불정국 이후 얻은 권력에 대한 자신감이 자만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임 교수에 대한 민주당의 검찰 고발과 취하는 그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신중했어야 했다는 게 중론이다. 임 교수 개인시각에 대한 불편함을 느낄수는 있지만, 검찰 고발이 초래할 표현의 자유 침해나 언론 통제라는 큰 뒷말이 일것임은 삼척동자라고 해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게 정가의 시선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내부에서도 잘못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이낙연 총리가 잘못을 지적했을때야 비로소 검찰 고발을 취하하는 뒤늦은 대응력을 보여줬다. 특히 “이해찬 대표가 검찰고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등의 ‘이해찬 지키기’에 몰입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 대표가 사전에 알았던 몰랐던, 이를 지시했던 안했던 그 문제는 사실 핵심이 아니었다. 검찰 고발이 ‘대표 명의’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이 대표가 그 사실을 몰랐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우왕좌왕했다. 아마 임 교수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하고, 동시에 ‘유감’이 아닌 ‘사과’와 함께 이 대표가 “죄송하다”는 공식적인 사과를 내놨으면 이 사안은 지금처럼 더 커지지는 않았을수도 있었다는 견해도 나온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힘을 믿는 지나친 오만이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인사들의 ‘지나친 자기 확신’도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조국 사태때 제기됐었던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과 연장선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주로 운동권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자기는 옳고 남은 틀렸다는 확신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과를 해야 할 순간에 사과 대신 핑계를 내놓고, 논평에 살을 붙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발언의 진정성은 살피지 않고 그 행간을 보지 못하는, 감수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등의 남의 탓으로 돌리는 논평이 나온다는 것이다.

민주당으로 정치를 시작했지만, 그곳을 탈당한 바 있는 이언주 의원은 이런 시각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언젠가 이 의원과 만났을때, 그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왜 민주당을 탈당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민주당 인사들은)아직도 80년대 사고에 머물러 있어요. 여전히 학생운동때의 관점을 갖고 있어요.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 자기가 옳다는 자만에 빠져 있어요. 남 얘기를 안들어요. 과도한 순결주의, 그게 민주당 인사들의 특징이죠. 그 속에서 일하다보니 몇번이고 속이 거북할 정도가 됐고, 같이 있을 곳이 못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됐죠. 그래서 나왔어요.” (참고로 말하자면 이 의원은 기자가 만나본 수많은 정치인 중 가장 직설적인 어법을 구사하는 이다. 기자 앞이라도 내놓는 발언엔 거리낌이 없다. 열정이 지나치다보니 발언 수위가 아슬아슬할 때가 많다.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그의 시각은 독설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 멘트는 나름대로 순화한 표현이다.)

그의 견해가 어디까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올해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권에선 여야를 불문하고 그들 입장에선 전혀 예상치못했던 대형악재들이 쏟아질 것이다. 당이든, 후보든 가끔 행보나 발언을 통해 ‘럭비공’같이 사방으로 튀면서 많은 설화를 생산할 것이다. 그럴때마다 각 당과 후보의 악재 대처법과 위기관리 능력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 민주당의 악재 대응법은 아마추어 냄새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위 두 사례는 이런 허점을 공개적으로 노출했다. 민주당은 진정으로 사과하는 법 부터 배워야 한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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