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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농단’ 사건 잇따라 무죄…임종헌·양승태 사건에도 영향
재판 개입 인정돼도 직무권한 없으면 무죄
사건 관여 권한 없는 임종헌 전 차장에 유리한 결론
양승태, ‘전원합의체 재판장’ 지위 가져 공방 치열할 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부당 개입 사건에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이 사건 주요 피고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 사건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재판은 21일 재개된다. 이 재판은 양 전 대법원장이 건강 문제를 호소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중단됐다.

그 사이 이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부장판사 5명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며 기록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았던 유해용 전 부장판사와 영장전담 부장판사 재직 시절 ‘정운호 게이트’ 수사 내역을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의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모두 통상적인 업무범위를 넘어서지 않은 것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2015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사건에서 판결문 문구를 수정하도록 지시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도 임 부장판사에게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직무권한’이 없다고 보면서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어도, 사건에 개입할 권한이 애초에 없다면 남용할 직무권한도 없어 범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비슷한 사례로 다스 해외 소송에 청와대를 동원한 혐의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상식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는 행위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대통령의 권한이 아무리 크더라도 사적인 소송에 관여하라고 지시할 직무권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다.

이 판결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일선 판사 뒷조사를 시키고, 중요 사건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도록 시킨 임종헌 전 차장 사건에서도 ‘직무권한’ 범위가 문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판개입과 관련해서는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애초에 없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임 전 차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임 부장판사 판결을 내린 재판부는 “사법행정권은 법관 독립의 원칙상 재판업무에 관해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임 전 차장과는 처지가 다르다. 법원조직법상 사법행정권한은 대법원장이 가지고, 이 권한을 일선 법원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의 경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기 때문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방어논리도 성립하기 어렵다. 양 전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사건을 지연시킨 것으로 지목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 전원합의체에서 장기간 심리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대법원장의 ‘재판사무’에 대한 직무감독권은 ‘재판행정사무’를 의미할 뿐”이라며 “마치 재판 자체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통해 일선 판사 동향 파악이나 재판 선고 전망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부분도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사례라고 보고 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법률적으로 의미가 없는 ‘사실행위’를 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직권남용죄에서 금지하는 ‘법적으로’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강제한 게 아니라는 논리다. 변호인단은 또 “혐의사실 기재 내용에 따르더라도, 권리 행사를 방해받았다는 법관들이 양 전 대법원장이 지시했다는 취지와 같은 결론의 재판을 하지 않았던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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