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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을 미국으로” 트럼프는 “가짜약을 팔고 있다”
세계화의 부작용 비판해온 스티글리츠,
보호무역주의가 양극화 더 악화시켜
美 증신층 붕괴는 기업이익만 대변한 결과
지금 제조업 부활로 일자리 안생겨
세계화 자체보다 운용의 방식 중요
대안 모델 제시,이익 공정 분배가 답
약자 보호하는 새 세계화 규칙 강조
“오늘날 자본주의 시스템은 대공황 때처럼 갈림길에 서 있다. 1930년대에 자본주의는 정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계경제의 붕괴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구원한다고 생각한 케인즈에 의해 구원받았다. 지금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그 이득이 더 광범하게 공유될 수 있게끔 세계화가 개혁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세계화와 그 불만’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뜨겁지만, 세계화는 세계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시각 역시 여전하다. 2002년 ‘세계화와 그 불만’이란 책을 쓴 노벨상수상자이자 전 세계은행 부총재였던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세계화의 부작용을 강하게 비판해온 입장이지만 세계화를 옹호하는 쪽이기도 하다.

그는 전작에서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기구가 90년대말 아시아금융위기에서 각 나라의 경제구조나 형편은 무시한 채 제 입맛대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여 국가 파탄을 내버렸다고 질타한 바 있다. 특히 이런 기구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불리하게 규칙을 적용하고 월스트리트와 금융계 큰 손들의 이익만 대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티클리츠가 16년 만에 이 책의 개정판을 냈다. 트럼프의 신종 보호무역주의가 깃발을 올린 시점이다. 스티클리츠는 관세를 올리고 제조업을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트럼프의 신종 보호무역주의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우선 과거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속았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날선 비판을 가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며, 미국 협상가들은 원하는 것을 대부분 얻었다는 것. 문제는 미국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에만 골몰했기 때문에 미국의 노동자들에게는 규칙이 불리하게 작용, 노동자의 삶이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에게 불공정하게 작용한 세계화가 선진국 안에서도 똑같이 적용됐다는 얘기다. 세계화의 과실이 소수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손실과 부작용을 떠안은 셈이다.

이런 현실을 그는 자신의 고향에서 발견한다. 50년대 세계 최대의 종합제철소 유에스스틸이 있는 인디애나주 게리는 그 영광을 찾아보기 어렵고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빠져나간 잿빛도시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보호주의로 돌아가는 건 오히려 더 곤경에 빠트리는 일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트럼프가 팔고 있는 건 가짜 약이자 돌아오지 않을 과거에 대한 향수라는 것이다. 제조업을 가져오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무엇보다 시대에 맞지 않다. 선진국들은 지금 제조업에서 서비스 기반 경제로 전환이 완료되는 시점이다. 제조업이 일정한 역할을 하지만 사람을 고용하는 형태는 아니다. 일자리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중국, 멕시코 등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미국인 일자리를 훔쳐가고 있다는 주장도 맞지 않다. 일자리를 놓고 양쪽을 충돌시키고 있지만, 본질은 세계의 모든 노동자(99%)의 이익을 가져가는 기업집단이라는 게 스티클리츠의 지적이다.

사실 지난 수십년간 세계화는 일정부분 역할을 해왔다. 무엇보다 자유무역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른 세계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중국에서만 8억명이 넘은 사람이 가난에서 탈출, 새로운 중산층이 생겨난 것도 세계화의 덕이다. 세계화는 자유롭고 규제받지 않는 시장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시장근본주의의 이념에 지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년간 작동해온, 불평등을 심화시킨 세계화로 돌아가자는 건 아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대안의 세계화를 제안한다. 잘 관리되는 세계화다.

“결과적으로 패배하는 사람이 더 적어지도록 보장하기 위해 각국 내부에서 세계화 결과를 관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개발도상국들에 더 공정하고 기업 금융 이익집단들에 덜 지배되는 방식으로 세계화의 규칙들을 다시 정하는 것이다.”

세계화는 선진국에게 제로섬이 아니라는 점도 상기시킨다. 다른 국가들이 번성하면 선진국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증가해 GDP가 증가한다. 그러나 세계화는 선진국의 덜 숙련된노동자, 가난한 국가의 가장 가난한 계층, 자급자족형 농부 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세계화의 순 이득이 패배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롤 모델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제시한다.

이들 국가는 생존을 위해 세계화, 개방을 필수로 인식한다. 하지만 패배자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약간의 보호 시스템을 만들었다. 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보호장치를 만든 것이다. 시장소득과 세전 및 이전 이후 소득 등에서 불평등을 줄이는 방식이다. 세계화를 운용하는 국가의 정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새로운 세계화의 규칙들을 10가지로 제시한다. 무엇보다 세계화의 목적이 모든 국가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국경을 넘는 부정적인 외부효과, 즉 세금경쟁, 금융낙원, 단기자본 흐름과 같은 곳에 세계 차원의 규칙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시한다. 또한 기후변화와 전세계 유행병 등 상호의존적이 돼가는 현실에서 세계차원의 행동 역시 갈수록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가 규칙을 정하고 집행하느냐이다. 국제법의 통치로 나아가되 기업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법치여선 안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세계화에 따른 부작용을 관리하는 재정운용, 일자리 정책 등에 대해서도 해법을 제시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세계화와 그 불만/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송철복 옮김/세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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