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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 ‘좋은 휴가’ 만들던 여행사직원의 ‘슬픈 휴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이번 휴가 어디 가는 게 좋아?”라고 물어보면 자문해 주는 사람의 기분까지 좋아지는 게 여행이다.

“날 좀 풀리면 제천 자드락길, 영암 월출산 걸어봐, 공기도 좋고 무엇보다 등정했을 때 발 아래 풍경이 운무위의 리기산 부럽지 않지.” “다낭의 풍경은 유럽의 이름난 해안도시 보다 수려하지는 않은데 인심, 동질감, 음식, 박항서 매직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면 기분이 참 좋아지는 곳이야. 미안함도 좀 느껴지고...”

“옛 유고 연방 쪽을 돌다보면, 원래 경치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지금 두 문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 때문에 더 감동적이야.” “동해안, 부산 같은데엔 사람 너무 많잖아. 백령도, 대청도 대박이야. 그 대박을 사람들이 아직 잘 몰라”

이런 조언을 해주면서 자신의 추억을 되새김하는 기쁨이 있다. 여행사 직원들이 박봉에도 보람차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여행을 사랑하고 여행 조언을 해주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여행 위험요소 통계에 근거해 분석하면, 개인적인 대비만 철저히 하고, 지구촌 방역 당국이 권고하는 것을 잘 따르면, 코로나19는 정말 숱한 위험 요소 중에서 별 것 아닌데, 과민반응이 그간 묵묵히 땀흘려 일하던 여행사 직원들을 힘겹게 하고 있다.

국민들 좋은 휴가를 조언하던 여행사직원들이 ‘슬픈 휴가’를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여행업계는 최근 3주동안 상품 10개 팔다가 1개 파는 것으로 급전직하하자, 긴축에 나섰다. 몇몇 회사는 연차와 무급휴가를 적절히 섞어 휴가신청을 받거나 윤번제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업무량에 비해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행여 불안해 할까봐 A, B, C, D사는 “감원은 없다”고 천명했다.

A사는 최대 1년의 안식년과 주당 근무일을 줄이는 대신 그만큼 일당을 덜 주는 제도를 다시 꺼내들었다. B사 역시 무급 장기 휴가, 근무일 감소폭 만큼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공고했다.

C, D사는 일단 감원 감봉은 하지 않고 연차휴가 장려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중견여행사인 E,F사는 감원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G사는 윤번제 휴가에 돌입했다.

여행사 직원들의 이번 휴가가 또 슬픈 이유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다 보니 자신들의 주특기인 목돈을 들여 평소 꿈꾸던 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잘 놀아주지 못하던 아이와 스킨쉽을 늘리는 기회를 얻었다.

남아 있는 동료들은 회식, 거래처접대, 걱정스런 말이 없는 3무(無)의 시기를 넘고 있다.

봄철 국내 꽃구경, 유럽여행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집에 있는 동료들에게 희망을 공유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걱정말라고, 내일은 해가 뜬다고.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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