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연과 음식의 만남…‘뜻밖의 컬래보’, 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유재석의 또 다른 자아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인기 덕에 ‘의외의 명소’로 떠오른 합정역. 연남동이 ‘연트럴파크’로 불리며 ‘핫플레이스’로 자리잡기 이전부터 이 곳 합정역과 그 옆 상수역은 아기자기한 카페와 맛집들이 즐비한 지역이었다. 홍익대학교를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한 문화가 형성되던 곳. 상수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햇살이 잘 드는 카페 하나가 우두커니 서있다. 접근성이 뛰어나다. 마을버스로는 ‘홍대 후문’ 정거장 바로 앞이다.

한국어에선 찾아볼 수 없는 ‘ㅍ(피읖)’ 받침을 가진 ‘옾카페’는 ‘냉장고를 부탁해’(JTBC)로 얼굴을 알린 웹툰작가 김풍이 지난해 오픈한 곳이다. 자신의 이름을 뒤집어 카페명으로 지었다. 지금 이 곳을 방문하면 월드투어 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흔적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공연과 음식의 ‘뜻밖의 만남’이 시작됐다. 한국 상륙 20년차를 맞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서울 공연을 앞두고 무대 밖에서 ‘예비 관객들’과 미리 만나고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김풍 작가와 이색 컬래버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에스앤코 제공]

▶ ‘오페라의 유령’ 가면 본 뜬 메뉴…고기 대신 버섯 넣은 ‘채식’ 피자=김풍 작가의 옾카페에선 ‘오페라의 유령’을 모티브로 한 ‘옾페라 메뉴’가 지난 1일부터 출시됐다. 이들의 만남은 ‘오페라의 유령’ 제작사 측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오페라의 유령’ 측은 “김풍 작가는 워낙 다방 면에서 아이디어가 좋은 데다, 뮤지컬도 많이 관람한다”며 “작가로서 ‘오페라의 유령’을 남다르게 표현해줄 것 같아 제안했는데 흔쾌히 응해줬다”고 말했다. 우연히 맞아 떨어졌지만, ‘옾카페’ 이름이 ‘오페라의 유령’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었다.

제작사 측의 제안으로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김풍 작가는 “‘오페라의 유령’에 맞춰 가면 모양을 본뜬 피자와 뮤지컬 속 색감을 되살린 음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와이랩 제공]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풍 작가는 메뉴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 워낙에 ‘뮤지컬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부산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본 뒤,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굉장히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뮤지컬은 무게감이 있는 공연이라 메뉴로의 전환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재미있는 메뉴로 나올 것 같다는 판단에 승낙했다”고 설명했다.

김풍 작가의 옾카페에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컬래버한 채식 피자와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옾카페 제공]

고심 끝에 내놓은 메뉴는 피자와 세 종류의 음료다. 기존 ‘옾카페’의 메뉴를 새롭게 바꿔 ‘오페라의 유령’ 피자와 음료를 선보였다.

김풍 작가는 “‘오페라의 유령’에 맞춰 가면 모양을 본뜬 피자와 뮤지컬 속 색감을 되살린 음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옾카페의 메뉴는 TV 안에선 음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창의력을 발휘하던 김풍 작가의 요리와는 사뭇 다르다. 식재료와 식감의 특성, 요리의 본질에 더 충실했다. 오페라의 유령 측은 “김풍 작가가 ‘오페라의 유령’을 메뉴로 구현하며 보다 건강한 요리로 재해석했다”고 귀띔했다.

옾페라 피자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채식 피자다. 엄격한 단계의 채식인 비건(육류, 해산물, 우유, 치즈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을 제외하면, 페스코(해산물, 달걀, 유제품까지 허용하는 채식) 등 많은 채식인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피자에 들어가는 식재료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버섯이다. “버섯의 식감과 풍미가 고기가 하는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 김풍 작가의 설명. 피자는 토마토소스를 얹은 뒤 팽이버섯, 만가닥버섯, 새송이버섯, 목이버섯 등 각종 버섯을 올려 만든다. 여기에 올리브 보로콜리 토마토를 더한 채소 피자로 딸기크림치즈와 곁들여 즐기도록 했다.

김풍 작가는 “목이버섯으로 오페라의 유령의 검은색 느낌을 냈고, 도우를 튀겨 오페라 가면을 만들어 피자의 절반을 덮었다”며 “목이버섯의 아작아작한 식감과 검은 색감이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충족하고 입안에 들어갔을 때 포만감을 준다”고 말했다.

김풍 작가의 옾카페에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컬래버한 채식 피자와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옾카페 제공]

음료를 만들 때에도 ‘오페라의 유령’이 상징하는 색감을 반영했다. 옾카페에선 커피와 초콜렛을 활용한 아이리쉬 커피, 포레누아 라떼, 포레누아 커피 라떼 등 총 세 가지를 선보인다. 그 중 포레누아 라떼와 포레누아 커피 라떼는 초콜릿과 체리를 넣어 만드는 케이크’인 포레누아(forets-noire)에서 착안했다. 김 작가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장미와 붉은색은 가장 중요한 색감으로 등장한다”며 “진한 커피와 초콜릿 향에 뮤지컬 속 붉은 장미를 체리로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뮤지컬 카페 스테이지246은 뮤지컬 마니아와 일반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스테이지246 제공]

▶ 강남 한복판의 뮤지컬 카페…굿즈부터 음료까지=서울 강남의 한복판으로 넘어오면 ‘스테이지 246’이라는 뮤지컬 카페에서 ‘오페라의 유령’ 메뉴를 또 다시 만나게 된다. 공연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겸하는 블루 스테이지 정회진 대표가 오픈한 ‘뮤지컬 카페’다.

스테이지 246에선 특별 메뉴로 ‘오페라의 유령’ 라떼를 선보이고 있다. 뮤지컬의 가면을 라떼아트로 만들어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이 카페는 뮤지컬과 만난 메뉴도 인상적이지만, 공간이 주는 특별함에 많은 뮤지컬 마니아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정회진 대표는 “뉴욕, 런던의 뮤지컬을 소재로 한 카페들처럼 한국에서 뮤지컬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게 됐다”며 “업계 관계자와 관객, 배우들이 공연을 본 뒤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모임도 갖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뮤지컬 카페 스테이지246은 뮤지컬 마니아와 일반 고객들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스테이지246 제공]

‘스테이지 246’에선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는 동안에만 구입할 수 있었던 각종 굿즈를 공수해 판매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작품의 정보를 소개하기도 한다. 공연 업계의 70~80%는 마니아 공략 시장인 만큼 이 곳에선 관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니즈를 충족해준다. 정 대표는 “마니아들이 우리 시장에 소비 역할을 해주는 만큼 그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살롱 콘서트’를 통해 뮤지컬 배우들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도 ‘스테이지 246’만의 특색이다. 오는 19일 열리는 첫 살롱 콘서트에선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와 유카 타카라(Yuka Takara), 앨빈 잉(Alvin Ing)이 관객과 만난다.

정 대표는 “주조연 배우들은 스스로를 드러낼 기회가 많지만 조단역과 앙상블 배우들은 자신의 색깔으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다”며 “살롱콘서트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취지를 밝혔다.

스테이지246 '오페라의 유령' 라떼

공연과 음식, 공간의 이색 만남은 콘텐츠의 확산이라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가진다. 공연 콘텐츠를 음식이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관객들에게도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주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 측은 “‘오페라의 유령’은 평소 뮤지컬을 관람하지 않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는 ‘킬러 콘텐츠’”라며 “이러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오페라의 유령’이 단지 한 편의 고전 공연이 아닌 어디에나 영감을 주는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