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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극적인 음식이 맛있다…당신의 혀는 길들여졌다
맵고 짠 자극적 음식에 익숙해진 한국인
미각 둔화 시켜 더 강한 맛 찾는 ‘악순환’
위장도 스트레스…위암에 비만위험까지
신선한 농산물 위주 ‘천연의 맛’ 즐겨야

“간이 싱거워.” 이런 소리가 나오면 대부분 ‘맛없다’는 혹평이 쏟아지기 일쑤다. 반면 ‘맛있다=간이 세다’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경우는 흔하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중에는 집밥보다 강한 양념 맛도 있다.

한국인은 맵고 짠 음식에 길들여져 있다. 고추장과 간장 등 장류를 사용한 한식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인 매운 맛 열풍까지 가세했다. 매운 라면부터 핫스낵, 마라탕까지 더욱 다양해진 매운 맛을 즐기고, 마치 벌칙을 받는 듯 입안이 얼얼하게 매운 강한 맛을 찾는다. 점점 더 자극적인 맛에 빠진 한국인의 혀, 이대로 괜찮은걸까.

▶스트레스 해소? 위장은 오히려 스트레스= 미국의 한 언론은 매운 맛 트렌드 대해 “극한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 맛을 이용하는 심리가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난해 배달앱 주문건수를 집계한 결과, 스트레스가 많은 월요일에는 떡볶이나 불족발, 핫치킨 등 매운 음식의 주문건수가 평일보다 3배나 많았다.

매운 맛은 통각 신경이 감지하는 ‘통증’으로, 뇌는 통증 완화를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다르다. 매운 맛을 계속 먹으면 맛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더 짠 음식을 먹게 되므로 위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매운 맛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매운 음식에는 설탕과 소금, 강한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다. 달고 짜고 매운, 그야말로 자극적 음식의 완성이다.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끊지 못하는 맛 중독, 문제는 악순환이 미치는 영향력=더 큰 문제는 중독 현상이다. 자극적인 맛은 신경세포를 통해 뇌에 전달되고, 이후에도 스트레스를 받을때 그 맛이 떠올려지게 된다. 점점 미각이 무뎌지고, 더 강한 맛을 원하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일본의 미각 연구자인 스즈키 류이치는 저서 ‘미각력’에서 “당분이나 염분, 고추성분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둔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며 “각종 조미료와 화학첨가물도 미각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에도 비상이 걸린다. 최영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자극적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위염이나 위, 십이지장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염분은 암 위험 인자이므로 위암 위험도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맛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편식하게 되고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기 어려워 영양 불균형이 올 수 있다”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비만 문제와도 연결된다. 최 교수는 “자극적 음식들의 대부분은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비만 위험을 높인다. 비만이 되면 맛을 느끼는 세포인 미뢰가 감소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미각이 둔해져 더 강한 맛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미각 교육, 성인은 자연의 맛 길들여야=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식습관을 고치기가 어려운 이유는 어릴적 형성된 입맛 때문이다. 식생활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푸드포체인지’의 노민영 대표는 “어릴때는 아직 입맛이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이 시기의 먹거리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씹는 소리를 듣고 향을 맡는 등 오감을 통해 맛보다보면 음식 품질을 평가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미 미각이 무뎌진 성인이라도 방법은 있다. 스즈키 류이치에 따르면 둔해진 미각능력을 회복시키려면 먼저 화학조미료를 덜 사용하고, 진한 맛의 음식을 덜 먹어야 한다. 미각을 예민한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한 과정이다. 또한 음식을 먹을 때는 식재료의 모양과 향, 식감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 좋다. 일단 미각 신경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면 음식들이 이전보다 훨씬 짜고 달게 느껴진다. 단순히 ‘맵고 달다’는 수준을 넘어 감칠맛등의 세분화된 맛도 잘 구별된다.

신선한 식재료와 건강한 조리법도 중요하다. 유기농 음식치유전문가인 강성미 유기농문화센터 원장은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떫은맛은 모든 과일, 채소, 통곡물에 들어있는 맛이다. 이 모든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양념을 간소화하고 신선한 친환경 농산물로 요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간단한 조리법으로 현미밥과 야채수프를 추천했다. 콩나물과 무를 넣고 지은 현미밥에 양파·고추·마늘을 썰은 간장 양념장을 살짝만 덜어 비벼먹으면 좋다. 또한 당근과 고구마, 단호박, 양배추, 연근, 대파, 양파를 넣고 살짝 끓여주면 별도의 양념이 없어도 충분히 맛있는 야채수프가 완성된다. 특히 컬러푸드가 골고루 들어있어 노화예방 및 면역력 향상에 도움된다. 강 원장은 “처음에는 싱겁게 느껴지더라도 몇 번 먹다보면 몸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점차 천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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