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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 뒤에 이사람들 있었네~
송강호·조여정·이선균 등 연기자 外
제작·번역·미술·음악감독 등 ‘숨은 공신’

“1인치의 자막의 장벽을 넘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2년 오스카의 새 역사를 썼다. ‘백인들의 잔치’로 불린 아카데미 시상식을 정복한 ‘기생충’의 화려한 이름 뒤에는 무수히 많은 주인공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쌓아온 ‘숨은 공로’가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무수한 동반자들이 ‘기생충’을 완성했다. 배우 송강호는 명실상부 봉 감독의 페르소나다. 그는 ‘살인의 추억’(2003)부터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기생충’까지 네 작품을 함께했다. 봉 감독은 앞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위대한 배우가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지 못할 영화”라고 말하며 송강호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송강호는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조연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점쳐졌으나 고배를 마셨다. 가사 도우미 역할을 맡았던 이정은도 ‘기생충’의 주역이다. 봉 감독과는 ‘마더’(2009)와 ‘옥자’(2017)에 이어 ‘기생충’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춘 그는 ‘초인종 장면’ 하나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영화의 흐름을 완전히 바꿨다. 박사장(이선균) 아내 연교를 연기한 조여정, ‘옥자’에 이어 두 번째로 봉 감독 작품에 출연한 최우식과 박소담 등 젊은 배우들 활약도 돋보였다.

‘기생충’이 할리우드의 심장을 관통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은 ‘번역’이다. 미국 출신으로 한국에서 20년 넘게 자막 번역과 영화 평론을 해온 달시 파켓(Darcy Paquet)이 그 주인공. ‘기생충’이 보여준 독특한 한국만의 정서와 뉘앙스, 상징성을 살리면서도 전 세계의 보편성까지 담아낸 번역이 ‘기생충’을 오스카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한국인이 아니라면 결코 알 수 없는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라면)’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옮기고,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를 ‘옥스퍼드’로 바꾼 기발함은 맛깔나는 번역의 승리였다. 달시 파켓은 “하버드와 옥스퍼드 사이에서 고민했다. (봉준호) 감독님이 영국을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라며 “하버드는 예측되지만 옥스퍼드는 기억에 남는 단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음악감독 정재일도 ‘기생충’의 정서를 끌어올린 한 명이다. 봉 감독은 “우아하지 않는데, 우아한 척하는 음악”을 주문, 그러한 의도를 반영한 ‘기생충’의 음악은 관중들의 청각 만족도를 높여줬다. 아카데미상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오른 엔딩곡 ‘소주 한잔’은 정 감독이 작곡한 멜로디에 봉 감독이 가사를 쓴 곡이기도 하다.

‘기생충’을 미술상 후보에 올려놓은 이하준 감독의 까다로움은 할리우드를 놀라게 했다. 할리우드 매체 ‘인디와이어’는 “‘기생충’이 미술상을 타면 ‘게임 체인저’가 된다”고 말했을 정도. 반지하와 대저택을 오가는 극과 극의 공간을 100% 구현한 것도 바로 이 감독의 탁월한 시선 덕분이다. 박 사장의 대저택 그림들도 숨은 주역들이다. 박 사장의 집에 걸린 아들 다송의 자화상은 과거 인기 래퍼로 주목받은 정재훈(후니훈)의 작품이다. 봉 감독과 이하준 미술감독은 아동 그림 느낌의 작품을 찾던 중 ‘지비’라는 이름으로 미술계에서 활약하던 정재훈을 낙점했다. 그는 ‘기생충’에서 다송의 생일파티 장면에 단역으로도 출연했다.

마지막으로 ‘기생충’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완성된 데에는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봉 감독이 건넨 15쪽 짜리 시놉시스가 영화의 시작이었다. 곽 대표는 “복이 넝쿨째 들어왔다. 저는 그저 서포터였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기생충’ 제작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곽 대표는 영화 전문잡지 ‘키노’의 창간 멤버로 업계에 입문, LJ필름, 신씨네 등 영화사에서 마케팅 업무와 프로듀서를 했다. 이후 2010년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과 바른손필름 대표이사를 거쳐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가 됐다. 강동원 주연 영화 ‘가려진 시간’(2016)과 ‘희생부활자’(2017·공동제작)를 제작했다. ‘친구’(2000)의 곽경택 감독이 곽 대표의 오빠이고, ‘은교’(2012), ‘침묵’(2017)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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