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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이효진 8퍼센트 대표이사] 포용적 금융과 ‘핀테크’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고객의 이야기를 접한다. 한 번은 우리 플랫폼을 찾으셨던 분이 1500만원의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고, 100만원으로 P2P 투자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 과거 이 고객은 은행 대출 이용이 어려워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는데, 중금리 대출을 통해 이자를 절반으로 줄여 빠르게 부채를 상환하고 투자자로 돌아온 것이다. 도움을 받았던 플랫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로 돌아오는 사례들을 보면서 창업 초기 어렴풋이 지향했던 선순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P2P 대출은 ‘금리단층’으로 불리는 신용등급과 적정 금리의 불일치 현상을 해소해 상생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다. 저금리 시대를 맞은 투자자에게는 중수익의 기회를 제공, 대출자는 기존 2, 3금융권 대비 낮은 이자의 대출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도 핀테크를 통한 선순환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언더뱅크드(underbanked)’로 불리는 계층이 있다. 은행 통장은 있지만 금융기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서민이 여기에 속하는데 신용 대출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핀테크 서비스의 발전으로 능동적인 자산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다. 또한 P2P 금융 플랫폼 ‘키바(KIVA)’의 경우, 자영업에 종사하는 소수인종의 대출 비중이 60%를 넘어섰다. 글로벌 핀테크산업 발전의 혜택이 금융 취약계층에게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은행권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 ‘관계형 금융’이라는 것이 있다. 금융사가 재무·신용등급 등 정량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업에 대한 지속적 거래·접촉·현장 방문 등을 통해 얻은 비계량적 정보를 바탕으로 지분 투자, 장기 대출 등을 지원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기존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기준 말고도 다양한 요소로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맥락이 P2P 대출에서는 기업과 개인 대출에 활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P2P 금융 플랫폼은 은행과 관계를 맺기 어려워 고금리 대출을 이용했던 사람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P2P 금융의 건전한 육성은 민간 금융업의 자생적 발전을 통해 포용·생산적 금융을 도모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우리 사회의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P2P 대출은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려는 인간적인 서비스를 지향하며, 지속적인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기관 또한 P2P시장 육성에 나서고 있다. 국내 P2P 대출산업은 과거 금융감독원 핀테크 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사업구조를 정비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가 P2P 대출기업에 벤처캐피털(VC) 투자가 가능해지도록 규정을 마련하면서 P2P 대출을 활성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 최초의 P2P 금융 단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 8월 발효된다. 해외를 살펴보면 미국은 증권거래법을 개정했고 일본은 금융상품 거래법을 손질해 P2P 금융업을 관리해왔다. 다른 국가가 우리나라의 P2P 금융 법안에 주목하는 이유다. 스타트업이 이끄는 신생 산업이 자생적 발전을 거듭하며 17년 만에 새로운 금융업 정의를 담은 법안 제정까지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뜻깊다.

이제 핀테크 생태계 구축의 새로운 무대가 열렸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비상할 수 있는 실용적인 후속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고, 또 다른 혁신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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