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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짠내 나는 ‘평생 현역’

  • 기사입력 2020-02-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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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쇼의 달인’으로 통했던 남보원(본명 김덕용) 선생이 별세한 지난 1월 21일,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자국 대형 배우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주요 언론에서 일제히 보도됐다. 성격파 액션 배우로 시대를 풍미한 87세의 시시도 조라는 인물이다.

일본 영화광이 아닌 한 ‘의리없는 전쟁’ ‘야수의 청춘’ 등 대표작을 거론한 들 국내에 그의 팬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1955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진 필모그래피로 장구한 경력만은 확연히 드러난다.

그의 사망에 일본 영화계와 일본 국민들이 보인 반응으로 볼 때 그는 단순히 원로 배우, 과거의 유명 배우만은 아니었다. 한 분야에 평생을 바친 장인(匠人)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움과 애도였다. 이건 우리가 남보원의 비보에 반응했던 감정과 겹친다.

시시도가 누구였는지 살펴본다. 1933년생인 그는 일본 패망의 서막이었던 도쿄 대공습을 몸소 겪었다. 연극배우가 되려고 작정하고 대학 예술학과에 입학했지만 배우의 길을 들어서며 중퇴한다. 선이 고운 꽃미남 스타일이던 그는 데뷔 2년차인 1956년 매니저와도 상의하지 않은 채 큰일을 저지른다. 볼에 보형물을 넣어 부풀게 하는 성형수술을 받은 것이다.

일본은 1940대에 이미 성형수술이 유행했다고 알려져 있으니 수술 자체가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개성을 살리겠다고 ‘대부’의 말론 브랜도의 불독 볼처럼 수술을 받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비상한 일이다. 불독 볼은 중년에 노화로 생긴다. 심술 궂고 고집 세 보이는 인상을 준다. 말론 브랜도가 보스 연기를 하는 데 그 덕을 톡톡히 보지 않았나 싶은데, 시시도도 ‘인공’이지만 대성공이었다. 이 수술을 계기로 악역 배우로 완벽히 전향한다.

그런데 45년이 지나서 2001년 이 보형물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는다. 현대에는 쓰지 않는 오르가노겐이라는 보형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방송으로 천연덕스레 공개하면서 배우로서 기질이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다시 남보원이다. 그는 해방을 경험했고, 평안남도 출신으로 전쟁과 분단 아픔을 겪은 실향민이다. 전쟁 전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는 14살에 기차 화통에 매달려 남으로 넘어와 미군 하우스보이 생활을 하는 등 혹독한 피난살이를 했다.

스스로 지독한 노력파라고 칭하는 그가 원맨쇼 소재로 자주 삼는 분단에 의한 생이별과 상봉은 살아있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원맨쇼에서 애용하던 폭격음, 전투기 엔진 소리, 뱃고동 소리 등 온갖 사물의 성대모사는 녹음기 없이 한번 들으면 복사해 버리는 초인적 재능 외에도 전쟁통의 트라우마가 작동한 것은 아닐까 싶다.

지난 2일 작고한 희극 원로 임희춘은 90년대 초반 은퇴하고 다른 삶을 살았다. 반면 남보원은 말년에도 현역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지난해 건강 이상 증상이 나타났지만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가운데도 지방 행사 일정을 소화했고 방송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출연했다. 최고참급 연예기자의 증언도 보탠다. 지난해 한 방송의 토크쇼에서 아들뻘의 젊은 동반 출연자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기어코 솜씨를 부리는 악바리 같은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거장의 짠내 나는 ‘평생 현역’ 정신이 숭고하다. 고개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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