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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 “농업인 없는 농협, 존재이유 없다”…수도권 출신 첫 농협맨 이성희 회장
“귀 열고 농민·조합원 곁으로”
‘실사구시형 개혁’ 예고 취임사
고령화 따른 인구감소 등 현안 산적

“우리 12만 농협중앙회 임직원 모두 농업인이 없는 농협은 존재이유가 없음을 명심하고 함께 힘을 합쳐 건강한 농협·농촌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4일 임직원 30여명과 함께 강원 홍천군에 있는 한 딸기농가를 찾아 현장취임식을 갖고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이 회장의 평소 농업·농촌 현장중심 경영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도심속 공식 취임행사를 갈음해 열렸으며, 딸기꽃순따기 일손돕기와 함께 농업인들과의 오찬 간담회도 가졌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선진화하고 농축협 숙원사업을 해결하여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100년 기업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농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역용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을 전달하며 배려의 철학을 실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31일 있은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접전 끝에 당선됐다. 당선 일성으로 “조합장님들과 함께 의견을 청취하면서 무엇보다 귀를 열고 농협이 정말 농민 곁 으로, 조합원 곁으로 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해 나걸 것”을 약속했다. 농협의 ‘실사구시(實事求是) 형 개혁’을 예고한 대목이다.

이성희(오른쪽 세번째) 농협중앙회장이 4일 강원 홍천군 서면마을을 찾아 생활용품 및 위생용품을 전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수도권 최초 농협중앙회장인 이 회장은 낙생농협(경기 성남) 조합장, 농협중앙회 이사를 거쳤고, 요직인 농협 감사위원장을 7년간 역임했다. 이 회장의 당선은 영남과 호남이 번갈아 가며 농협회장을 맡아 온 관례가 깨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임기내 ▷농업인 월급제 등 안정된 농가기본 소득체계 구축 ▷농축산물유통구조 혁신 ▷4차산업혁명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농협구축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4개년 추진 등 본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평소 소신과 굵직한 과제들을 직접 챙기며 현장에서의 실천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농협중앙회장은 230만 조합원은 물론 대한민국 농업계의 명실상부한 대표로 그 권한이 막강하다. 임기 4년 단임제로 비상근이지만 농협중앙회 자산(상호금융 포함)137조원에 12만여 명에 육박하는 직속 임직원을 거느리며 사실상 상근체제다. 특히 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들의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도 있다.

농협중앙회는 임명제로 회장을 뽑아오다 1988년부터 지역 조합장들이 직접 회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를 도입했고, 이후 2009년 농협법 개정 이후 간선제로 바뀌었다. 농협법 개정을 통한 농협회장 연임제가 화두로 떠올랐으나 주관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를 필두로 부정적인 분위기가 커 국회문턱을 넘지 못했다.

농협회장 선거 때가 되면 당선자는 포털 사이트 상위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신임회장은 선거 초반부터 당선 1순위에 줄곧 꼽혔다. 하지만 이 회장은 2차 투표 끝에 전체 유효 투표수 293표 중 60.4%인 177표를 얻어 새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표를 얻은 후보가 없어 1, 2위를 차지한 이성희 후보와 유남영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다시 경합을 벌인 끝에 당선인이 결정됐다.

이 신임 회장은 지난 2016년 회장 선거 당시엔 1차 투표에서 104표를 얻어 91표를 얻은 김병원 전임 회장에 앞서고도 과반인 146표를 얻지 못해 결국 2차 결선투표에서 김 회장에게 패했었다.

‘재수’끝에 농협의 정상에 우뚝 선 이 회장이지만 그의 앞에는 녹록찮은 과제들이 산적하다. 농촌 고령화에 따른 농업인구 감소와 젊은 세대 유입 유도, 농가소득 증대 등 고착화한 이슈가 적지 않다. 여기에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농업계의 다양한 요구와 기대, 종잡을 수 없이 발생하는 각종 가축 전염병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도 현안 중 현안이다.

이러한 안팎의 변수와 변화, 그리고 도전을 어떻게 원만하게 풀어낼지 ‘이성희 號’에 거는 농민과 조합원의 기대는 전에 없이 크다. 황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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