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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새로운 시장을 여는 열쇠

나이지리아는 우리에게 낯선 나라다. 아프리카에 있고, 석유가 풍부하며, 축구를 잘한다는 이미지가 거의 전부다.

현지에 물건을 팔아야 하는 기업은 아프리카보다 미국, 중국 같은 큰 시장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더구나 새로운 시장은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손실을 끼칠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나이지리아처럼 모든 것이 생소한 나라에 기업 혼자 힘으로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 무역보험이 지원됐다. 여러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금융지원이 우리 기업의 신시장 진출을 이끌어낸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우리 건설사의 2조 원 규모 수주가 성사됐고, 국내산 기자재도 적지 않게 투입되기로 하면서 우리 중소·중견기업도 함께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아프리카 대륙으로 통하는 또 하나의 문이 열린 것이다.

새로운 수요에 목말라 있는 기업에 신시장은 의미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를 포함한 신남방 지역이다. 평균 연령이 30세로 젊고 20억이나 되는 인구를 품은 거대 소비시장이다. 지난해 수출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한류 확산 등 문화적으로도 우호적이어서 더욱 유망하다.

러시아 등 유라시아 국가로 이뤄진 신북방 지역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높은 잠재력을 갖췄고, 유라시아 경제협력의 교두보로서 가치도 높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 몽골과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 교류와 협력 사업이 늘어나면 우리 기업의 진출도 한층 확대되리라 기대된다.

신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력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각축장이다. 경쟁이 격한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고, 시장도 충분히 성숙하여 추가 성장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주력시장의 비중과 중요성은 여전히 크지만, 지속 가능한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면 시장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새로운 시장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을 합친 비중이 40%에 가까운 만큼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수출이 10% 넘게 감소했고 경제성장률도 2%에 그쳤다.

올해 미국과 중국의 1단계 합의 등 일부 완화 조짐이 있지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대외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의견도 많다. 외부 충격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고 흔들림 없는 수출 체력을 갖추려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급선무다.

하지만, 막상 기업의 셈법은 복잡하다. 새로운 시장은 위험부담이 크고 시장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들여 가꿔 놓은 기존 시장을 두고 굳이 모험할 유인도 많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현재에 안주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기업의 고민이 깊다.

특히, 위험이 커지고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기업 혼자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산업부 등 정부, 수출유관기관, 기업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위험 담보라는 무역보험 본연의 역할과 신시장 개척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무역보험은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신남방 등 전략시장에 대한 보험한도를 높이고 해외 금융조달 지원도 확대해 왔다.

특히, 저개발 신흥시장 진출을 위한 ‘국가개발 프로젝트’ 특별 지원도 지난달 첫선을 보였다. 전후 재건, 경제 성장 등으로 개발 수요는 많지만 국가위험이 높은 지역에 초점을 맞춘 제도다.

앞으로 무역보험이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중요한 열쇠가 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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