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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경 넘은 M&A②]삼성·LG, 하만·ZKW PMI 결과는
하만 영업익 2배 껑충…해외계열사 재편작업 가시화
통합과제 설정·프로젝트 이행 미미…시너지 시간 필요
LG, 베인 출신 ICT 전략가 홍범식 사장 영입
전문컨설턴트 ZKW 경영전략 제시…VS 흑자전환 숙제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국내 대표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크로스보더 딜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하만을 9조2727억원에, LG전자는 오스트리아 ZKW를 1조4500억원에 인수, 자율주행차 시대를 준비했다.

M&A의 성공과 실패는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가장 크게 기인하는데, 그 과정은 국가 간 통합보다 어렵고 복잡하다고들 한다. 크로스보더 딜에선 더욱 그렇다. 하만을 인수한 지 약 3년, ZKW를 인수한지 약 2년이 돼가는 가운데 PMI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매출 8조 덩치’ 하만, 지배구조·사업재편 작업 3년

3일 M&A업계에 따르면 2017년 3월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하만의 지배구조 및 사업재편 작업에 한창이었다. 독립경영을 약속한 터라 조직통합 작업에 쏟은 에너지는 비교적 적었다.

다만 하만도 연간 8조원이 넘는 매출을 내는 글로벌 회사인 만큼 운영 및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에 3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보니 양사의 전장사업 시너지를 위해 통합 과제를 설정, 프로젝트를 이행하는 건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DS부문 고위 임원은 “신사업 및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PMI에 대한 과제 때문에 M&A를 결단하기 쉽지 않다”며 “그동안 자체 기술 개발에만 익숙한 터라 협업을 통한 제품 개발 등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만과의 통합 작업과 관련, 철저히 사업에 중점을 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선 점이 특징이다. 경영상 주요 의사결정을 맡는 이사회부터 구성했다. 하만 인수를 주도, 인수 취지·향후 전략 등을 꿰뚫고 있는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2007년부터 하만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아온 디네쉬 팔리월 회장, 삼성의 재무통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사장, 삼성의 M&A 전문가 안중현 부사장이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노 사장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에스원 사장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이사 교체가 예상된다.

100여개가 훌쩍 넘던 하만의 자회사 및 계열사 정리 작업도 경영 효율 및 사업 시너지에 집중했다. 해외 중복 사업 정리, 지역별 법인 합병 및 청산 등이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특히 지역마다 흩어져 있던 법인을 사업 시너지를 위해 묶는 작업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 하만 인터내셔널 재팬은 하만 스피커 등 서비스 법인인 하만 커넥티드 서비스 재팬, 프로페셔널 오디오 업체 스튜더 재팬,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관리 플랫폼 업체 레드 밴드 소프트웨어 재팬 등 일본의 3개 계열사를 흡수 합병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경영효율 작업을 통해 하만의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하만은 지난해 매출 10조8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각각 14%, 100%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까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텔레메틱스 보안 등 기존 히만 제품의 실적 증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LG, 외부 전문가 영입…ZKW PMI 올인

2018년 8월 LG전자의 ZKW 인수는 LG그룹 사상 최대 규모 딜이었다. M&A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갖고 있던 LG가 새먹거리 발굴을 위해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LG전자의 M&A 시계는 1995년에 멈춰있던 터라 PMI 경험도 전무했다.

이에 외부 전문가 영입에 나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말 홍범식 전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영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홍 사장은 컨설팅 업계에서 ICT 전략가로 통한다.

LG로 자리로 옮긴 그는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전장사업부터 손봤다. 손도 대지 못했던 ZKW의 PMI부터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의 PMI 전문가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면서 ZKW의 PMI에도 속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ZKW는 LG전자와 운영 및 시스템 통합 작업을 거쳐 현재 전장 사업을 맡는 VS사업본부도 흡수했다. ZKW는 차량용 램프 사업을 통해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지만 VS사업본부의 적자가 점차 커진 탓이다.

VS사업본부는 지난해 5조4650억원의 매출에도 약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피인수된 ZKW가 LG전자 전장사업의 키를 쥐고 수익성 개선에 나서게 됐다. 이런 결정이 가능한 것도 신사업 육성에 대한 LG그룹의 의지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 “국내 대기업들도 크로스보더 딜뿐만 아니라 M&A 업력이 길지 않다보니 PMI 경험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인수를 위해 조 단위의 투자를 단행했지만 인수 효과를 보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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