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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스키 타던 고원 아이들의 자녀들, 진짜 스키 타고 고고씽~
강원랜드, 폐광촌 주민 자녀 500여명 스키강습 미담
10년 이어진 나눔…어른된 나무스키 소년 “격세지감”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고원의 겨울은 기온이 조금 오르면 폭설이 내리고 적설된 곳 윗부분이 살짝 녹는다. 그러다가 다음날 기온이 다시 평소처럼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내렸던 눈이 그대로 얼어버린다.

정선-태백-영월-삼척 고원지대의 사람들은 이처럼 눈 쌓였던 곳 윗부분이 얼어 사람이 디뎌도 꺼지지 않는 현상을 ‘눈이 설었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놀이터가 된다.

눈이 설면, 빙판보다는 덜 미끄럽고 살짝 내리막길을 걸어도 까칠까칠한 표면이 ‘신발바닥을 잡아주는 느낌’이 있어 그리 위험하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은 아버지가 미리 만들어 놓은 대나무 혹은 소나무 스키를 탄다. 대나무는 고원 바로 아랫동네 온난한 해양성 기후의 삼척에서 많이 자란다. 스키 모양새로 깎은 나무 가운데 쯤 헌신발을 꿰매 붙인 ‘아버지표 나무스키’이다. 꿰멘 부위는 마찰력을 더 높여 위험한 상황을 막아주기도 한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태백시에서의 겨울 놀이는 이처럼 인근지역과 조금 달랐다. 바닷가라서 논이 좀 있었던 삼척, 동해, 울진 바다 인근 아이들은 물 고인 논이 얼면서 생긴 자연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얼음썰매도 즐겼지만, 정선-태백 아이들은 스케이트,얼음썰매를 탈 기회가 적고,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스키를 타는 것으로 겨울을 즐겁게 보내곤 했다. 밭에 비료를 뿌린뒤 남겨둔 비료 부대 역시 고원 어린이들에게 참 좋은 겨울놀이 장비였다.

“정선-태백-평창에서 성장했으니 스키를 더 잘 탄다”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맞다. 하지만 1990년대까지 스키는 수도권 부잣집의 전유물이었기에, 이곳 고원지대 아이들은 스키 감각만 발달했을 뿐, ‘진짜 스키’를 탈 기회는 없었다.

폐광촌의 삶을 보듬고, 폐광촌 어린이들의 동심까지 껴안고 있는 강원랜드가 정선-태백-영월과 삼척 내륙지역 아이들에게 진짜 스키를 맘껏 탈수 있는 기회를 10년째 주고 있다.

강원랜드 복지재단이 하이원스키장에서 폐광지역의 아이들 500여명을 초청해 ‘2020년 아동-청소년 스키체험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랜드 복지재단(이사장 한형민)은 31일까지 하이원스키장에서 폐광지역의 아이들 500여명을 초청해 ‘2020년 아동-청소년 스키체험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재단은 폐광지역 4개 시군 내 드림스타트 및 지역아동센터연합회를 통해 참가자를 추천받았다. 참가연령은 안전을 고려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생까지이며, 스키를 접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이웃 주민의 자녀들이 많았다.

이번 캠프는 28일 삼척지역을 시작으로 29일 영월, 30일 정선, 31일 태백지역 아동․청소년들이 참여한다.

강원랜드 복지재단 정창모씨는“눈썰매를 타던 학생들에게 스키강습이라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했다”며 “앞으로도 재단은 아동․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 3억 3000여만 원을 지원해 폐광지역 아동-청소년 3900여명을 대상으로 스키체험캠프를 진행해 오고 있다.

강원랜드 복지재단의 ‘2020년 아동-청소년 스키체험캠프’는 하이원스키장에서 열리고 있다.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의 아버지들은 아마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되뇌며, “세상 좋아졌다”고 느낄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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