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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어느 귀농인과의 새해 '동행산행'

  • 기사입력 2020-01-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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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어느 날, 그가 강원도 홍천의 필자 집으로 찾아왔다. 마주 앉자마자 그는 귀농하고 싶다고 했다. 간절함과 갈망이 느껴졌다. 그의 나이 45세. 농촌·농업에 꼭 필요한 ‘젊은 피’이니 더없이 반가웠다.

그러나 문제는 돈. 안타깝게도 그의 형편상 수도권과 접한 홍천에 땅과 집 등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뒤 결행하라”는 조언만 했다. 그는 돌아갔고, 그렇게 잊고 있었다.

몇 달 뒤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경북 봉화로 귀농해 제법 큰 농지와 비닐하우스, 집도 마련했다”면서 “아내와 아이 등 가족이 함께 농사를 지으며 시골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소리에서 만족감과 행복이 묻어났다. 반갑고 기뻤다.

몇 년이 지난 2018년 여름, 그는 아내와 함께 필자의 집을 예고 없이 깜짝 방문했다. 직접 농사지은 대물 수박 세통을 선물로 들고서. 다시 본 그는 IT종사자에서 ‘진짜 농부’로 변해 있었다. 함께 온 아내의 밝은 표정과 씩씩한 말투에 더욱 안심이 됐다. 사실 시골 정착 여부는 남편 아닌 아내의 표정과 말투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법이다.

약 1년 뒤인 2019년 초여름, 필자는 귀농·귀촌 강의 차 대구로 가던 중 짬을 내 그의 집에 들렀다. 그런데 도착한 그의 집에는 아내와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그해 초 부산의 친정으로 내려갔단다.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결국 부족한 농업소득이 가장 주된 이유라고 했다. 안타까웠다.

2020년 1월의 어느 날, 필자는 그와 함께 경북 도립공원인 청량산(870m)에 올랐다. 필자가 먼저 제안했고 그도 기꺼이 응했다. 홀로 남은 귀농인의 집에서 하룻밤과 세끼를 함께했다. 그는 이제 엄연한 프로 농부였다. 농사와 시골생활을 진짜 좋아하고 잘한다는 걸 확인했다. 주력인 수박·고추는 직접 모종을 키워 정식한다. 닭도 키우고 양봉도 한다.

새해 첫 산행지로 택한 청량산을 동행하며 그와 나눈 화두는 농사와 소득, 그리고 가족이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정말 열심히 농사를 지었고 틈나는 대로 부업도 했지만 한 가정이 생활하기에 필요한 소득을 얻기 어려웠다고”고 털어놓았다. 결국 그의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도시로 돌아갔고, 거기서 소득활동과 자녀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사실 귀농·귀촌의 흐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가족의 분리·해체현상이다. 매년 귀농·귀촌하는 10가구 중 7가구가량이 ‘나홀로’다.

그런데 지금은 그나마 함께 들어와 있던 가족마저 먹고살기 어려워 일부 또는 전부가 다시 도시로 빠져나가는 안타까운 사례가 늘고 있다.

그는 요즘 가족이 다시 함께 농사와 시골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대안을 궁리 중이다. 아내와 아이가 내려가 있는 부산 인근 지역을 제2 귀농지로 염두에 두고 땅과 집 마련, 작물 선택 등을 모색하고 있다. 농사와 시골생활을 그만둘 생각은 결코 없다.

필자는 농사와 시골생활을 진짜 좋아하는 그와 같은 이들이야말로 위기에 처한 농촌·농업을 지키고 이끌어나갈 ‘진정한 일꾼’이라고 확신한다. 그와의 새해 첫 동행 산행에서 필자는 이를 거듭 확인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동행 행정’으로 귀농·귀촌인들이 현재 당면한 문제 파악 및 해결에 적극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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