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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서울 집값과 삼성전자 쏠림현상…극약처방이라도?

  • 규제에도 3년간 무주택 급증
    ‘뿔난’ 정부 집값 하락에 집착
    부작용 큰 극단적 선택 우려↑
    경제 ‘불균형’ 해소 대책 필요
  • 기사입력 2020-01-2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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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전국시대 진 효공(秦 孝公)은 위(魏)에서 망명한 상앙(商鞅)으로부터 대대적인 혁신을 건의 받는다. 법을 엄격히 해 부국강병을 꾀하자는 내용이다. 진의 신하들이 반대하며 논쟁이 붙었다.

상앙 : 뛰어난 행동은 세상의 비난을 만나기 마련이고, 남다른 생각은 일반의 비방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사람은 법에 통제 당합니다.

감룡(甘龍) : 지혜로운 사람은 법을 바꾸지 않고 다스립니다. 기존 법에 따라 다스리면 관리는 익숙하고 인민은 편안해 합니다.”

두지(杜摯) : 지금보다 이익이 백 배가 더 나는 게 아니라면 함부로 법을 고치지 말야 합니다.

진 효공 : 위앙이 옳다. 법을 바꾸는 변법령을 시행하라.

부동산 대책이 결국 전세 규제까지 왔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차 제도인 전세는 그림자 금융(Shadow financing)의 대표적 유형이다. 전세 때문에 주택 투자에 있어 지렛대(leverage) 효과가 극대화됐고, 갭(Gap) 투자로 불리는 차익거래(arbitrage)가 가능해졌다. 증권 투자에서는 이른바 ‘선수’들이 사용하는 차익거래와 선물옵션이 사실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도 보통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일례로 분양권 거래는 선물옵션과 꼭 닮았다. 주식시장 보다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보니, 저금리에서 개인들의 자금이 몰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현정부 들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는 크게 세 가닥이다. △주택관련 대출을 제한하는 금융규제 △재건축 조건을 강화하고 분양가를 통제하는 공급규제 △양도차익기회를 제한하고 소유관련 비용을 높이는 보유규제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통계청이 집계한 지역별 총주택 및 무주택 현황을 보면 유독 서울에서는 주택공급은 제자리 걸음을 했고, 무주택 비율은 더 늘었다. 대출 및 집을 더 샀고, 공급제한으로 집 값은 더 올랐다. 보유세 규제 효과는 2019년 통계에야 반영되겠지만, 지난해 거래량 급감 현상이 심각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종합부동산세 무서워서 서울 집을 판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정부는 서울 등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추가대책도 내놓을 태세다. 주택거래 허가제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한 만큼 가능한 선택지는 돈줄을 더 죄고, 보유 부담을 더 키우는 방법 정도로 예상된다. 그 첫 단추가 이번 전세대출 규제로 보여진다.

하지만 전세대출 축소도 불완전한 해법이 될 수 밖에 없다. 적어도 서울의 인기 지역에서 집을 빌리려는 이들은 전월세와 신용대출을 감당할 여력이 상당하다고 봐야 한다. 어차피 전세대출 전면금지 조건은 9억원 이상 주택보유자다. 소유한 집을 전세를 주고 받은 보증금을 다른 곳 전세를 구할 때 활용하면 된다. 보증금이 모자라면 신용대출이라도 받으면 되고, 그 마저도 마땅찮으면 전월세를 택하면 된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전월세는 매년 발행하는 보유비용을 감당하는 데 적절하다. 학군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인기지역이라면 보유세 부담을 월세에 반영하는 현상까지 예상된다.

이번 전세대출 규제도 서울 집 주인들이 겁을 먹고 매물을 내놔 값이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엔 학군수요까지 살아났다. 서울 집값 상승 기대가 꺾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이 가동되는 한 자산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돈을 구할 것이다. 집 주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세입자에게 보유 부담을 전가하려 할 게 뻔하다. 늘 충격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약한 쪽이다. 부동산 규제가 강해질수록 서민이 부담만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만일 정부가 집값을 떨어뜨리는데 모든 걸 걸고 싶다면 원하는 지역에서 전세 제도를 금지하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우리만 전세 제도가 있으니 ‘글로벌 스탠다드’다. 일단 시행만 되면 갭 투자자들 상당수가 집을 팔 수 밖에 없고, 집값은 하락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그에 따른 기회비용도 치러야 한다. 서민들은 엄청난 월세 부담에 내몰리거나, 전세가 허용되는 지역으로 강제이주 할 수 밖에 없다.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금융권 부실도 커질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극단적인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서 인위적으로, 그것도 단기간에 집값을 떨어뜨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엄청난 경제적 부작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증시에서 삼성전자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시가총액의 33%를 넘어섰다. 집값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이대로면 쏠림 현상이 심해져 시장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외에는 기대할 곳이 없는 게 우리 경제의 현실이다.

삼성전자 쏠림이 심하니 차입 투자를 제한하고, 선물거래도 통제하면 될까? 아니면 주식에도 보유세를 도입해야 할까? 삼성전자 짓누르기 보다는 다른 종목들의 투자매력을 높이는 게 옳은 접근이다.

자본주의에서 투자는 합법적 경제활동이고, 부동산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산 가운데 하나다. 서울 집값을 떨어뜨리는 데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경제 전체를 봐야 한다. 저금리 상황에서 시중자금이 충분히 수익을 기대할 만한 곳을 마련해야 한다. 현 정부 출범이후 어떤 규제에도 서울 집값은 꿋꿋이 올랐다. 최근에는 수도권 일부지역에서까지 집값 상승세가 관측된다.

부동산에만 집착하면 경제 전체를 망칠 수 있지만, 그 집착을 버리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갖는다면 모두가 살 길을 찾을 수도 있다. 격산타우(隔山打牛)도 때로는 꽤 훌륭한 전략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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