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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길 먼 소부장 경쟁력] 정부, 6개월 새 공급안정화 큰 진전 평가…하지만 기업 불확실성은 여전
산업부, 소부장경쟁력위원회에 성과 보고…“생산차질 無”
실질적 기술독립엔 먼 길…日 자의적 규제 가능성도 여전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정부는 지난해 7월 일본의 반도체 생산소재에 대한 수출규제 이후 지금까지 6개월 동안 규제 품목의 국내생산 확대와 수입국 다변화, 해외의 관련기업 유치 등을 통해 공급안정화가 크게 진전됐다고 자체 평가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민관이 긴밀히 공조해 대응함으로써 생산차질을 막을 수 있었고,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기틀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부장 분야의 기술 독립과 대일의존도 탈피까지는 한참 멀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관련 품목의 국내 생산능력이나 일본 이외 해외업체로부터 조달 가능한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고 “크게 개선됐다”는 막연한 설명만 내놓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출을 다시 규제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등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보다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소부장 경쟁력위에 보고한 ‘경쟁력 강화대책 성과’를 통해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3개 품목의 경우 생산차질이 없었고 확실한 수급안정 기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100대 전략품목은 수입국 다변화와 기술개발, 기업간 협력을 통한 자립화 추진 등 변화가 시작됐고, 산업계 역시 특정국 의존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국내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 이후 3대 규제품목의 공급안정화가 크게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성윤모(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장상현 코트라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존 켐프 듀폰 사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의 3대 수출 규제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 생산공장의 한국 건설 투자계획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구체적으로 액체 불화수소(불산액)는 공장 신증설을 통해 국내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했으며, 수요기업 테스트를 완료하고 일부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또 3개 중국기업 제품을 포함한 제3국 제품의 테스트를 완료하고 실제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등 수입국 다변화에서도 진척이 이뤄지고 있다.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도 지난해말 국내기업의 신규공장이 완공돼 시제품을 생산하는 등 국내 생산기반을 확보했다. 에칭가스의 경우 미국산 제품을 수입해 생산공정에 투입하는 등 수입선 다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포토레지스트는 유럽산 제품의 시험공정 투입과 함께 자체 기술개발 및 미국 듀폰 등의 투자 유치를 통해 국내 공급기반을 강화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는 자체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토레지스트 등 25개 품목의 경우 수요 대기업이 참여해 지난해 추경예산 650억원 등 총 2232억원의 긴급 R&D 자금이 투입됐으며,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사업 발굴 및 지원도 진행 중이다.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효성은 탄소섬유, 포스코케미칼이 이차전지 인조흑연 음극재 분야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대만과 미국 등 해외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한국 투자를 결정했다.

이런 정부의 성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길은 멀어 보인다. 소부장 핵심품목의 대일의존도가 80~90%를 넘는 상황에서 이들 몇 개 생산·투자 사례가 대일의존도를 얼마나 낮출지도 미지수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큰 변화가 없어 공급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지난 40~50여년간 형성돼온 분업구조의 재편에 상당한 시간과 기업들의 노력, 정부의 지원 등이 필요하다. 때문에 소부장 경쟁력 강화가 보여주기 이벤트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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