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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외이사 718명 물갈이…“전문성만 떨어뜨릴 것”
올해부터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
대기업 사외이사 총 76명 바꿔야
전문성 갖출 즈음 임기 ‘스톱’
인력풀도 작은데 비전문가 진입 우려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당장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기 주주총회까지 불과 두 달을 남겨두고 각 기업들은 새 사외이사 후보진을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는 국내 사외이사 인력 풀이 협소한 점을 고려하면 ‘구인난’이 여느 때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말한다.

26일 한국상장사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상장사들은 새 시행령에 따라 718명의 사외이사를 일거에 교체해야 한다. 새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기업만 566개사에 달한다. 주총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으로 좁히면 76명의 사외이사가 올해 물갈이 대상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59개 대기업 집단을 조사한 결과 삼성그룹과 SK그룹은 이번 주총에서 각각 6명을 교체해야 한다. LG그룹과 현대차그룹도 각각 5명, 3명의 새 사외이사를 찾아야 한다.

재계는 이번 시행령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사외이사 인력 풀 자체가 극히 협소한 점을 고려할 때 상장사들은 당장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후보군을 꾸리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전문성이 결여된 사외이사들만 늘리는 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개정 의도와 달리 규제 강화로 능력보다는 다른 요소에 중점을 둬 전문성이 떨어지는 집단의 비중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도 대학교수나 전직 관료, 판·검사 등 공무원 등이 사외이사로 많이 오고 있다. 기업을 안다고 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CEO) 출신 사외이사는 훨씬 적은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협소한 인력 풀에 임기 제한까지 적용되면 점차 기업 실정을 잘 모르는 이들로 교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만약 검사 출신이 6년간 사외이사로 있었다면 그제서야 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할 수 있다. 근데 연임이 금지되면 또 새로운 사람을 뽑아서 훈련시켜야 한다”며 “전문성을 갖출 때만 되면 임기 제한에 걸려서 매번 바꿔야 하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번 조치가 기업 경영에 대한 과도한 간섭으로 이어질 것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유능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도 사외이사로 6년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하면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장치를 부과하는 것이다”며 비판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도 “사외이사 임기 제한은 인력 운용의 유연성과 이사회의 전문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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