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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구정→반포→개포…강남 집값, 재건축이 순위 갈랐다
[신년기획 2020-누르는 정부, 튀는 강남]
강남3구 재건축 성공여부 따라 순위 급변
10년만에 압구정→반포→개포동 옮겨 가
작년 말 기준 개포 3.3㎡ 7000만원 돌파
시가총액 상위30개 단지 중 22개가 강남
전문가들 “규제가 강남 고가 아파트 형성”
강남 대한민국 부촌 지도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28개동과 용산구 한남동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개발 시기, 재건축 시장 상황에 따라 순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왼쪽)와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민상식 기자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어쩌다 정부의 집중적인 규제 대상이 됐을까. 역사가 꽤 길다. 1960년대 후반 강남 개발이 시작되고, 1970년대 중반 강남 분양 아파트를 대상으로 ‘복부인’이 활약하던 때부터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강남은 가장 빠른 시간에 급성장한 대한민국 최고 부촌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고, 이젠 웬만한 서울 지역 거주민도 넘보기 힘들 정도로 진입 장벽은 높아졌다.

강남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기초지자체다. 강남구에 몰린 12만4418채의 아파트 중 절반이상인 6만2209채가 16억1000만원이 넘는다. 지난해 서울 강남3구에서 거래된 가장 비싼 아파트는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226㎡(이하 전용면적)다. 70억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전국에서 시가총액 기준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다. 개별 아파트값은 아직 강남구 새 아파트에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최대 단지 규모로 개별 아파트 시세를 모두 더하면 시가총액이 무려 14조164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비싼 거래가를 기록한 아파트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4㎡였다. 지난해 1월 84억원에 계약됐다. 고가 단독주택 밀집지역인 한남동에 비교적 최근 지어진 초대형 아파트란 특수성이 있다. 한남동은 대기업 오너들이 많이 사는 가장 전통적인 부촌에 속한다.

최고 몸값 아파트 상위 30개 중 22개는 강남3구

대한민국 부촌 지도는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 28개동과 용산구 한남동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개발 시기·재건축 시장 상황에 따라 순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부동산 정보 앱 부동산다이어트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시가총액 상위 30개 단지 중 22개(73%)가 강남3구에 몰려있다. 강남에선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개포동이 번갈아가며 최고가 자리를 차지하는 양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강남3구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 1위는 개포동이다. 3.3㎡당 7418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7000만원을 넘었다. 개포동에 있는 ‘래미안 블레스티지’ 126㎡는 지난해 33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말 기준 서초구 반포동(7213만원)도 3.3㎡당 7000만원을 넘어 두 번째로 비싼 지역으로 올라섰고, 압구정동(6531만원), 대치동(6265만원)이 그 뒤를 따랐다.

강남권 부촌 지도는 변화가 많았다. 10년 전인 2010년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동네는 ‘압구정동’이었다. 당시 압구정동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4191만원으로 개포동(4114만원), 반포동(3977만원)보다 100만원 정도 높았다.

압구정동은 2012년까지 최고가 지역을 유지하다 2013~2015년은 ‘반포동’이 가장 비싼 지역이 됐다. 반포자이와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등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가 속속 입주를 했기 때문이다. 반포동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2013년 3505만원, 2014년 3758만원, 2015년 4175만원 등으로 급등세를 탔다.

반포동의 A공인중개소 대표는 “반포동은 학군이 대거 몰려있어 교육 수준이 우수하고, 대단지 신축 아파트는 다양한 고급 커뮤니티 시설까지 갖춰 거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2016년과 2017년은 압구정동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었다. 각각 4864만원, 5452만원을 기록했다. 2016년 9월 서울시가 압구정 재건축을 추진할 때 주거·상업·교통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사업 지구단위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였다.

재건축의 힘…신축아파트촌 탈바꿈 ‘개포동’

강남권 최고가 아파트 순위는 재건축 아파트가 갈랐다.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새 아파트가 얼마나 많이 들어서는 지가 관건이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마다 신고가를 경신했다.

개포동이 가장 비싼 건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많아서다. 래미안블레스티지와 디에이치아너힐즈가 각각 지난해 2월과 8월 입주를 완료했다. 개포주공1단지와 4단지의 사업도 현재 진행돼 이후 신축 아파트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개포동 B공인중개소 대표는 “농담 삼아 ‘개도 포기한 동네’로 불렸던 개포동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 됐다”며 “앞으로 가장 규모가 큰 정비 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할 예정이어서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압구정동은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집값의 오름폭이 다른 곳보다 크지 않다. 대출규제와 보유세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 등 악재가 거듭돼 재건축 속도가 더욱 늦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가 공급부족 심리자극, 집값 올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 규제가 강남 고가 아파트 시장을 형성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재건축 규제로 상대적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는 곳의 시세가 급등하는 등 시장 변화를 촉발했다”며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압구정동 등 강남 여러 지역에 향후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최고가 동네 순위는 또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규제가 공급 부족 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부추긴 ‘규제의 역설’이 강남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정부가 8·2대책을 내놓기 전 강남은 1년간 5%도 오르지 않았는데 규제 이후 14%가 올랐다”면서 “이 기간 유동성이 특별히 늘어난 것도 아닌데, 이는 규제의 역설이다”고 주장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에 유동성 집중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내 유동성을 흡수할 부동산 이외의 투자처를 제시하려는 시도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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