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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故신격호 명예회장 내일 발인] 신동빈의 ‘뉴롯데’…그 속엔 신격호의 DNA가 흐른다
끈기와 믿음…아버지 경영철학 체득
신규 사업·대규모 투자 현장 꼭 참관
온라인·설비증설 등 도전정신 이어가
정세균 국무총리가 20일 저녁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연합]

고(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영면에 들었지만,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이 써 내려가는 ‘뉴롯데’에는 그의 경영 DNA가 여전히 흐를 전망이다. 신 회장이 그리고 있는 유통부문의 재건과 화학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신 명예회장이 살아 생전 그렸던 롯데의 밑그림과 괘를 같인한다. 특히 창업자로서 고 신 명예회장이 보여준 현장 경영과 도전, 끈기는 신 회장의 뉴롯데에도 변하지 않는 경영 DNA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롯데지주 대표이사)도 지난 20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서 장례위원장으로서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가장 좋아하는 말씀은 도전과 열정이었고, 늘 현장을 중시하셨다”며 “임직원들도 창업자께서 남겨준 소중한 유산을 잘 받들어 다시 한번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유통·화학 투톱으로 다시 부활한다=신 회장의 뉴롯데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그룹의 양대축인 유통과 화학의 재건이다. 백화점 사업은 신 명예회장이 국가경제의 발전과 유통업 근대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에 도전한 분야이며, 화학은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로 모국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야 겠다는 신 명예회장의 신념이 담긴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신 회장은 온라인과 화학 사업 투자를 통해 그룹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8년 말에 오는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와 함께 미래를 이끌 ‘화학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도 예고했다.

유통 부문에서는 e커머스의 공습으로 잠시 주춤해진 유통 명가로서 롯데의 자존심을 다시 세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 12조5000억원을 유통 부문에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기존 사업부의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 사업 확대 등에 대부분 투자될 것으로 알려졌다. 첫 작품으로 올 상반기께 공개될 7개 유통 계열사의 통합 온라인 플랫폼인 ‘롯데온’이다.

화학 부문은 대규모의 투자가 수반되야 하는만큼 전체 투자액의 40%인 20조원이 2023년까지 투입된다. 국내에선 여수와 울산, 대산 지역에, 해외에선 인도네시아, 미국 등 생산거점의 설비 투자에 나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와 미국 에탄크래커(ECC) 공장 신설에만 수조원이 투자될 전망이다.

20일 고 신 명예회장의 빈소에 훈장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

▶‘뉴롯데’에도 도전 정신은 이어진다=롯데가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식품이 아니라 석유화학 사업에 투자할 때나, 서울의 노른자위 땅인 잠실에 아파트가 아니라 100층 규모의 상업용 시설 롯데타워를 지을 때처럼 모험을 감행할 때 고(故) 신 명예회장은 “끝까지 해보자” “잘할 수 있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도전에 망설이기 보다 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끈기있게 밀어붙이라는 고인의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뉴롯데를 이끄는 신 회장도 마찬가지다. 2014년부터 5년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 재판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할 타이밍을 잃었지만, 신 회장은 경영복귀 후 발빠르게 움직여 50조원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e커머스의 공습으로 구겨진 유통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세우고자 12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화학 부문의 규모의 경제를 위해 20조원을 생산 설비 투자에 투입하기로 했다. 경쟁사들보다 다소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롯데만의 DNA가 있다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너 가봤어?”…현장에서 답을 찾는다=“너 가봤어?”로 시작하는 일화는 대부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사실 고(故) 신 명예회장도 생전에 같은 말을 자주 했었다고 전해진다. 황 부회장도 롯데그룹에서 만 24년간 일하면서 그에게 가장 자주 들은 말이 “너 가봤어?”라고 회고한다. 고(故) 신 명예회장이 고(故) 정 현대 회장과 고(故) 박태준 포스코 회장 등으로 이어지는 창업 1세대들과 교류가 많다보니 생각이 비슷해진 탓이다.

고(故) 신 명예회장은 처음 서울 잠실 백화점을 기획할 때 신세계나 미도파 매장의 3배 크기인 넓은 매장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이 많은 직원들에게도 당시 인기 식당이었던 평창면옥에서 해법을 찾으라고 했다. 그는 “평창면옥은 자가용을 타고 와 한참 기다려 밥을 먹을 정도로 늘 붐빈다.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평창면옥에 밥을 먹는 이유는 단 하나, 상품이 훌륭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고민이 있다면 현장에서, 특히 고객에서 찾으라는게 그의 해법이다.

그의 경영 DNA를 물려받은 신 회장도 그룹의 대규모 투자 현장이나 신규 매장 오픈 등에는 반드시 참석한다. 최근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개장한 콘란샵에도 들러 매장을 둘러봤다. 가끔 예고없이 영업장에 등장하거나, 사장단 회의에서 영업 현장과 관련한 디테일한 질문으로 임원들을 당황케 하기도 한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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