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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오래 기억해야 할 신격호 회장의 ‘기업보국’정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19일 별세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재계와 언론이 신 명예회장을 추모하는 등 고인은 한일 양국 기업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이병철 삼성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구인회 LG 회장, 최종현 SK 회장 등 ‘창업 1세대 경영인’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한강의 기적’을 만든 주역들이 모두 우리 곁을 떠났다.

신 명예회장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1세대 경영인들의 표본 중 한 명이었다. 일제강점기에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고학 등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 일본에서 롯데를 굴지의 대기업으로 일궈냈다.

이후 기업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기업보국(企業報國)’의 가치를 앞세워 1967년 고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식품, 유통, 관광에서 석유화학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고, 롯데를 현재 재계 5위인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냈다. 사업을 일구면서 외환위기 때 진가를 발휘한 무차입경영 원칙이나, 외형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의 경영철학, 일본에서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로 고학을 할 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떤 경우도 배달시간을 정확히 지키면서 이어온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 등은 기업인들이 오래 되새김질 해야 할 교훈이다. 부존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상황에서 관광입국을 기필코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1973년 서울 소공동에 당시 최고층 건물인 롯데호텔을 건립한 데 이어 랜드마크가 된 123층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세운 그의 혜안도 오래 기억될 일이다.

신 명예회장은 타계에 대해 일본 언론들도 10대에 혼자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과 일본에 거대 그룹을 구축한, 재일한국인 중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프로야구단을 창설했다고 보도할 정도로 그의 발자취는 곳곳에 남아있다.

무엇보다 한일관계가 예전만 못한 현실에서 ‘대한해협의 경영자’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한일 간 경제교류에 힘을 써 온 신 명예회장의 타계 소식은 고인이 남긴 족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다.

맨손으로 창업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도전정신과 전후 폐허인 우리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 신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앞으로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아울러 1세대 경영인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퇴색하고 있는 기업보국의 정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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